일본, 후쿠시마2019.10.13 21:07

사상 최대의 피해를 불러일으킨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도쿄전력 경영진의 형사 책임을 묻는 강제기소 재판에서 지난 9월 19일 도쿄지방법원은 전 경영진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은 도쿄전력 전 경영진(가츠마타 츠네히사 전회장, 다케쿠로 이치로 부사장, 무토 사카에 부사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고소·고발한 건이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검찰심사회’는 두 번에 걸쳐 기소를 의결해 2016년 2월 전 경영진 3명의 강제 기소를 결정했다. 일본의 강제기소 제도는 검찰관이 정한 불기소처분에 대해 11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2회에 걸쳐 기소를 의결하면 기소가 결정되는 제도다. 일본은 ‘검찰심사회법’을 개정해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검찰관 역할은 재판소가 지정한 ‘지정변호사’가 맡아서 기소·입증한다.


도쿄전력 구 경영진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도쿄지법 앞에서 원고 측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labornet japan)

 

2017년 6월 첫 공판 후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3개월 동안 총 37회 공판이 열렸다. 도쿄전력 사원, 쓰나미 전문가 등 총 21명의 증인 심문과 피고인 질문이 이어졌다. 공판에서는 원고의 주장을 입증하는 중요한 발언이 잇따랐지만, 결국 도쿄지법은 구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사고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


판결의 쟁점은 도쿄전력 경영진이 쓰나미로 인한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예견 가능성)와 예견을 근거로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는지(회피 가능성)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정부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는 2002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규모 8.2의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장기평가’를 공표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 지진·쓰나미 대책 부서는 쓰나미 높이가 최대 15.7m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 결과를 정리해 경영진에게 보고했다. 이 사실을 통해 원고 측 지정변호사는 도쿄전력 경영진 3명은 대형 쓰나미를 예견할 수 있었고, 대책을 취할 것도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 지정변호사는 계산의 근거가 된 정부의 ‘장기평가’는 신뢰성이 낮고 대형 쓰나미는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립되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결국, “대형 쓰나미 가능성에 대해 3명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근거와 신뢰성은 낮았다고 판단되고, 예견은 불가능했다”며 피고 측 주장을 인정했다.


사고 회피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원은 마찬가지로 피고 측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 지정변호사는 도쿄전력 경영진 3명은 사내에서 보고를 받은 시점에 바로 방조제 설치 등 쓰나미 대책에 착수하거나 핵발전소 운전을 멈췄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고 측 지정변호사는 방조제를 만들었더라도 실제로 쓰나미로 인한 사고는 막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3명이 사내에서 쓰나미 예측에 관한 보고를 받은 것은 2008년 6월부터 2009년 2월 사이이며, 방조제 등 대책을 세웠더라도 2011년에 대지진 발생까지 공사를 마칠 수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고, “사고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핵발전소 운전을 중지하는 방법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피고 측의 주장을 인정했다.


분노와 낙담으로 둘러싸인 재판소


이날 재판에는 전국에 흩어진 후쿠시마 출신 주민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다수 모여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생명을 앗아간 핵발전소 사고의 책임자 처벌은 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판소를 찾은 방청자들은 부당한 판결에 분노와 낙담의 목소리를 냈다. 판결 후 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민주주의는 붕괴했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부끄럽다”,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 썩은 사법부와 썩은 일본을 바꾸자”고 이구동성으로 호소했다.

원고 측 지정변호사들은 이날 항소에 대해 향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후쿠시마 핵발전소 형사소송 지원단’은 지정변호사들이 항소하도록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결국 지정변호사는 9월 30일에 항소를 결정해 도쿄지방법원에 제출하고 “이대로 무죄를 확정하는 것은 현저하게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고 언급했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10월호(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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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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