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20. 1. 23. 11:52

인터뷰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




소송으로 행사하는 ‘선한 영향력’



선한 영향력, 최근 언론사가 사람을 소개하면서 많이 쓰는 말이다. K신문의 한 기자는 연예대상 소감이나 패션 관련자 이야기를 하면서 선한 영향력2020년 가장 강력한 시대정신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양극화로 치닫고 미세먼지까지 일상의 공포로 등장한 암울한 시기에, 맑은 물줄기 흘려주는 옹달샘 같은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 시대의 소망인 것이리라.


탈핵 진영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김영희 변호사. 월성1호기 수명연장에 쐐기를 박아 폐로를 앞당긴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공동대표다. 13, 서초동 법원 인근 그의 사무실에서 김영희 변호사를 만났다. 무거운 내용을 말하면서도 호쾌한 웃음은 유쾌한 파장을 만든다. 핵발전 관련한 굵직한 소송을 진행 중인 김영희 변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 탈핵 관련 첫 소송은?

 

20122월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작성 고시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핵발전소들을 가동하거나 사고 시 방사능 배출에 대해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하는데, 헌법소원을 낸 고시는 중대 사고가 날 가능성이 극히 낮다라는 이유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에서 중대사고를 제외했다. 사람들은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나면 방사능이 우리 집까지 오느냐 마느냐, 가족 건강은 어떻게 되느냐를 가장 궁금해하는데 바로 그 평가를 아예 하지 않도록 고시에서 제외한 거다. 해바라기 출범 후 첫 소송으로 그 고시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미루고 있는 사이, 원안위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고시에서 중대사고 제외 문항을 삭제하고, 중대사고 평가를 하도록 했다. 우리가 헌법소원을 낸 목적이 달성된 거다. 법 규정이 반성적 고려로 개정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인용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해 못 할 기각 결정을 했다. 그래도 우리가 고시를 개정시킨 셈이니 목적이 달성된 의미 있는 소송이고, ‘해바라기첫 중요 성과이자 보람이라고 여긴다.

 

- ‘해바라기가 외국 변호사들과도 연대하나요

 

2015년 일본 반원전 변호사모임의 가이도 변호사와 가와이 변호사를 초대해 세미나를 가졌다. 핵발전에 반대하는 일본 법률가모임 출범은 한국보다 30년 이상 빠르고 참여자도 수백 명이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소송이 많고 전문성도 갖췄다. 일본은 70년대부터 원전건설 반대 소송을 했다. 가이도 변호사가 들려준 두 가지 얘기를 아주 인상 깊게 새겼다. “하나가 지더라도 원전 관련 소송은 의미 있다라는 말이다. 이미 거대권력 상대 소송 경험에서 느낀 사항이라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패소해도 소송과정에서 원전 문제를 계속 드러내고 제도개선을 이끌고 중요한 판례를 만든다는 의미다. 또 한마디는 후쿠시마 사고를 낸 일본을 상대로 한국에서 소송하라는 말이었다. 하고 싶었지만, 굉장한 물적·인적 지원이 필요한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어 아직 못하고 있다. 원자력손해배상 시효가 기니까 여건만 되면 언제든 하고 싶은 소송이다.

 

- 현재 맡아서 진행 중인 소송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 갑상선암소송도 변영철 변호사와 함께하고 있다. 균도네 소송도 대법에서 진행 중이다.

 

- 소송마다 쟁점이 다를텐데 어떻게 대응하는지

 

월성1호기 소송은 국민소송단 변호사들이 쟁점을 나누어 진행했고, 신고리5·6호기 소송은 2012년부터 김석연 변호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변영철·서은경 변호사가 주심 변호사로 열심히 했고 나도 쟁점을 나눠 돕고 있다.

 

- 신고리5·6 소송은 1심에서 일부 위법을 끌어냈고, 월성1호기 1심도 승소했다. 이를 위해 얼마나 준비하는지 원고들도 과정은 잘 모를 거 같다.


핵발전 소송은 쟁점이 방대하고 전문적이다. 기술 문제, 지진학, 지질학, 내진, 기계 분야까지 망라해야 한다. 갑상선암 소송은 방사능의 인체 영향, 방사능 확산 시뮬레이션, 의학적·역학적 이해도 필요하다. 국내외 다양한 자료를 직접 찾아내 공부한다. 관련 보고서와 논문 등 도서관을 뒤지거나 수많은 검색을 한다. 법률적 쟁점을 찾아 정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해바라기 대표를 맡은 이후 매일 원전 관련 기사와 서적을 읽는다, 안 그러면 소송을 못 따라간다. 생업으로 민사·행정·환경·이혼소송 등 일반소송도 하는데 최대한 충실하게 진행하려니 휴가 여유도 없고, 잠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전문성 갖추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 한다.

 

- 핵 관련 전문가 섭외가 쉽지 않을 거 같다

 

탈핵소송은 다툴 분야가 많은데 비해 도와주거나 증언해 줄 전문가는 드물다. 문제는 지진이나 내진설계 등 원전 관련 다른 학문 분야에서 프로젝트나 연구비를 받는 교수들조차 내가 보기에는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 4대강 소송이나 재벌 소송 때 도와준 전문가가 많던 것과 비교된다. 한수원이나 원자력계 이익에 반하는 발언이나 보고를 하는 순간 고립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이런 분위기라 전문가 대부분이 극도로 몸을 사리는 풍토다.


- 공익소송 소송비용은 어떻게 해결하나

 

월성1호기 소송과 갑상선암 소송 등에서 변호사 보수를 받지 않았고, 소송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원고들이 1만원씩, 갑상선암 소송은 진료기록 감정비 때문에 좀 더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은 유일하게 그린피스가 변호사 보수를 지급했다. 신고리4호기 운영허가 취소소송은 변호사비가 지급됐다고 알고 있는데 바람직한 일이다. 한수원 등 소송 상대방 변호사가 지급받은 보수보다 아주 적지만, 신고리 4호기 소송에서 원고들이 변호사들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에 그린피스가 변호사 보수를 지급한 것은 한국사회 공익소송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여긴다. 공익소송에 이제는 변호사들 헌신보다 사회에게 돌아갈 이익을 위해서라도 보수를 지급하여 소송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지속할 수 있고 훨씬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소송 하면서 어려운 점은?

 

가장 어려운 건 자료와 정보 부족이다. 삼성이나 현대차, 이명박 정권 같은 거대권력을 상대로 소송한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관련 정보를 상대방이 틀어쥐고 내놓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실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은 말로는 정보공개와 투명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자료는 거의 내놓지 않거나 중요 정보는 다 가림 처리해 공개한다. 안전에 자신이 있으면 이봐, 우린 이렇게 다 잘하고 있어라고 공개하면 되는데 제대로 안 한다. 공개하면 안전하지 않다는 게 드러나기 때문 아닐까. 법원도 소극적인데, 개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 어려움을 말하자면, 전문가 협조와 지원이 열악하다. 많은 자료가 있어도 법적으로 정리가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데, 양심적인 전문가가 드물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지원이 거의 없다는 것. 문재인정부는 탈원전 정부라면서 1원의 지원도 없고 오히려 중립을 내세워 지원을 외면한다. 핵발전소 사고를 걱정하면서 정작 위험을 다투는 소송에 경제적 지원은 잘 안 하는 것이다. 원전 관련 외국 자료가 많은데 조사, 번역, 분석 이 모든 일에 돈이 든다. 반면 탈핵소송 상대방은 대형로펌을 선임하고, 정보와 재력으로 전폭 지원받으며 우리를 상대한다. 더군다나 법원도 대형로펌의 눈치를 본다고 생각하는 변호사가 많다.


- 탈핵소송, 자부심이 재미로 이어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10년 가까이 참여연대와 참여연대에서 분화한 경제개혁연대에서 재벌개혁과 소수 주주운동을 했다. 그 사이 새만금과 4대강 소송도 7~8년 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했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재벌개혁이 저의 전문분야라고 생각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소송에 집중하고 있다. 탈핵소송은 굉장히 중요함에도 돈 안 되는 일이라서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나라도 해야지, 탈핵한다는 강한 자부심, 내가 하는 일이 옳고 필요하다는 신념이 일의 어려움이나 희생을 넘어서게 하는 거 같다.

 

- 한국 탈핵을 앞당기려면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는 국민 인식개선이 필요하고, 제도적으로 탈핵이 보장되어야 한다. 독일도 90년대 후반부터 핵발전소 위험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개선 홍보를 동시에 펼쳐 2011년 탈핵 선언이 가능했다. 위험만 부각해서는 탈핵을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은 이 두 가지 모두 안 돼 있다. 문재인정부가 신규핵발전소 더 안 짓고 수명연장 안 하겠다는 건 중요한 진전이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려면 법제화가 필요해다.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계획 같은 행정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니 법률로, 더 나아가 개정이 어려운 헌법으로 입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핵사고 피해는 지구적이고, 국가적으로는 나라가 망하는 정도의 피해다. 핵사고 방지는 굉장한 가치인데 탈핵에 매진하는 법률가와 전문가는 너무 적다. 외국처럼 공익활동 지원 재단이 많아져서 좋은 보수로 훌륭한 변호사를 유치하고, 도와주는 전문가들에게 충분한 연구비도 주면 좋겠다. 좋은 일 하고 싶어 기부할 곳을 찾는 사람도 많은데 탈핵을 위해 애쓰는 활동가들, 지역주민에게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김복녀 통신원(탈핵정보연구소 소장)

탈핵신문 2020년 1월(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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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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