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20. 1. 23. 12:37

책 소개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후제이앤씨, 201910

마쓰타니 모토카즈 저, 배관문 역, 서울대 일본연구소 기획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후>는 인터넷으로 책 제목과 목차를 보고 , 이런 책이……라고 생각하며 바로 구입한 책이다. 책 박스를 뜯어보고, “, 이게 뭐야!” 했다. 책이라기보다 팜플렛 수준의 얇은 소책자. 가격은 9천 원이나 되는데 책 분량은 겨우 60~70. 그것도 손바닥만한 B6 크기의 판형. ‘, 이거 너무한데.’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이다 보니, 한두 시간 만에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니 그래도 그리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내용만은 , 괜찮은 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후쿠시마 8주기를 맞아 20193월 말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후 : 한일의 미래를 위한 당사자의 관찰과 시사>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가필·수정한 원고이다.


저자인 마쓰타니 모토카즈(松谷基和)는 한국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사를 연구하는 40대 중반의 역사학자로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 출신이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는 가나가와현에 거주했지만, 2014년부터 가족과 함께 후쿠시마로 귀향해 현지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후쿠시마사고로 현지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는지, 저자의 체험을 섞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한일 양국이 배워야 할 교훈과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자고 한다.


솔직히 말해 한국 사람인 나로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주된 관심은 사고 핵발전소 실태, 방사능 확산과 오염, 오염수 현황과 배출 등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후쿠시마 현지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나와 내 이웃도 건사하기 힘든데……’, 게다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후쿠시마 사고의 본질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고 핵발전소 현황과 방사능, 오염수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에서야 그나마 생각해보고, 또 조금이라도 이해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저자의 목적처럼 국적을 떠나 한일 양국의 시민이 배워야 할 교훈과 과제를.


후쿠시마현은 일본 47도 도부현(광역지자체) 3번째로 면적이 큰 곳으로, 경제규모는 약 7조엔, 20위권이라고 한다. 인구는 전라북도 수준이고, 경제 규모는 부산광역시나 울산광역시 급 규모. 2010년 당시 약 202만 명의 인구가 2012198만 명으로 줄었고, 1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피난했지만, 대부분이 후쿠시마현에 머물렀다. 인구는 2019185만 명으로 17만 명 감소했다지만, 현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본 정부가 사고 피해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목적으로 보았다.


저자는 현지 주민들의 심리·정서적 측면도 전한다. 당시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쓰나미에 이은 핵발전소 사고가 연이어 전개되었는데, 쓰나미 피해자를 구조하지 못한 채 피난하다 보니, 구할 수 있었던 목숨조차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고, 2017년 나미에 마을이 건립한 희생자 위령비에는 나라에서 피난 지시가 발령되어 수색과 구조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는 애끓는 심정이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피난민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한다.


피난자란 정부나 지자체가 피난 중 주거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상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피난자에 대한 지원이나 범위를 계속 줄이고 있고, 공적 지원 대상을 벗어나면 피난자로 취급되지 않고, ‘일반 주민이 된다. 지원이 끊겨 피난 생활이 한층 더 어려워졌는데도 통계상으로는 피난자 감소로 기록된다.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20km 안은 피난지시, 20~30km 주민은 옥내 대피지시, 30km 바깥은 아무 지시도 없었다. 핵발전소 북쪽에 위치한 미나미소마시의 경우, 같은 시에 각기 다른 지시가 내려져 시내가 세 구역으로 분단되었고, 시 인구 7만 명 중 5만 명이 피난했다. 고령, 지병, 차량이 없는 주민들, 시민 생활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만 남겨졌다. 가게, 주유소, 은행 등이 문을 닫아 일상적인 생활 불가능했다. ‘피난 및 옥내대피조치 때문에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다는 인식으로 지원물자를 전할 운송회사, 지원단체 운전사들도 시내 진입을 거부. 취재진도 빠져나가 고립상태. 시내에 남은 2만 명의 주민들은 외부의 지원이 없는 채로 옥내 대피계속. 오죽하면 미나미소마시장이 정부와 국민에게 지원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자, 시의 참상을 전하는 영상을 영어로 만들어 3월 말에 유튜브에 올려 호소했다.


이 책은 같은 지진·쓰나미 피해를 입었지만, 방사능 영향이 있는 핵발전소 지역에는 지원자가 들어가지 않는 재난 지역의 격차, 피난 이산가족, 피난한 아이들에 대한 차별, ‘난민과 피난처 주민간의 갈등, 자주적 피난자의 배상 청구 곤란함, 제염작업의 실태, 피난민 귀환 문제, 올림픽 유치를 바라보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심정, 한국의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바라보는 현지 주민들의 시각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룬다. 핵발전소가 있는 우리도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들이, 마치 2시간짜리 강의를 듣고 있는 것처럼, 생생히 전해진다.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

탈핵신문 2020년 1월(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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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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