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행동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낡은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그리고 후회 없는 기후위기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핵발전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탈핵신문은 연중기획으로 <기후위기와 탈핵>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

유엔 기후체제 협상에서의 핵발전 논쟁사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보는 핵발전

온실가스 감축을 말하는 찬핵론자는 누구인가

핵사이클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 대응, 비용과 시간의 문제

지구온난화는 핵발전소도 위협한다

세계 핵발전 추진국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충돌하는 핵발전 시스템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하다 



핵발전은 후회막심한 해결책



전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핵발전이 기후변화 대응에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기후변화 과학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제임스 한센은 석탄화력발전소 전체를 핵발전소로 대체하자는 지론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핵발전소의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기후학자와 전문가들의 조직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와 논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언제나 주목받는다. 파리협정의 후속 작업 성격으로 작성되어 201810월 인천 송도의 IPCC 48차 총회에서 발표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가장 최근의 주요 문서다.


IPCC 특별보고서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적으로 1.5도 상승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러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제로(net-zero) 배출 달성이 요구된다고 명시했다. 2050년에는 총배출량과 흡수량을 합쳐서 결과적으로 제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생산의 70~85%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되었다.


그런데 이 특별보고서의 시나리오 모델링에 핵발전이 중요한 수단으로 포함되었고, 이를 두고 찬핵 진영은 기후변화 대응에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IPCC가 입증했다며 환영했다. 실제로 특별보고서를 살펴보면 1.5도 경로 달성을 위한 네 가지 모델 중 그나마 화석연료와 산업에서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지는 첫 모델(P1)의 경우 바이오에너지와 결합된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에 핵발전이 2010년 대비 2030년에 59%, 2050년에는 15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한 해에 전 세계를 통틀어 1~2기의 핵발전소가 증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 기여를 따지기 이전에 과연 실현 가능한 수치이기나 할까?


특별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 나선 IPCC의 짐 스키 공동의장은 “IPCC는 특정 기술이 적정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각국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저희의 답이라고 대답했다. 유엔의 주문에 따라 기술적, 경제적으로 정합성을 갖는 모델을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IPCC는 각 에너지원에 대한 세부적 검토로 이를 보완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 아니다

IPCC, 대안 제시에 무책임

 

IPCC는 특별보고서의 본문 4장에 에너지원 기술마다 특징과 전망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핵발전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긍정적이거나 전망 있는 에너지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핵발전은 경제성과 수용성 모두가 떨어지고 있어서 성장이 지체되고 있고, 중국과 한국처럼 국가 독점적으로 핵산업이 존재하는 경우는 특수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게다가 IPCC가 제시한 에너지원의 현실성 평가표에서도 핵발전은 지구물리적 측면만 긍정적이고, 경제·기술·제도·사회·환경에 모두 가장 불리한 것으로 평가되어 있다.


IPCC 스스로 요약본과 본문 사이에 모순을 보이는 셈인데, 혹자들은 IPCC가 그 전부터 보여 온 기술주의 편향성 때문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세계 온실가스 1위 배출국이자 가장 많은 핵발전소 계획인 중국을 고려한 모델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핵발전뿐 아니라 바이오에너지와 결합된 탄소포집저장 기술도 실현 가능성은 검증되지 않았고 인권 침해와 생태계 파괴의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이 역시 IPCC의 모델에 버젓이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IPCC는 특별보고서에서 기후위기의 엄중함을 전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대안 제시는 무책임하거나 성공적이지 못한 셈이다.

 

플랜 드로다운,

핵발전은 후회막심한 해결책

 

기후변화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또 하나 참고할만한 자료는 <플랜 드로다운>이다. 드로다운(drawdown)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최고조에 달한 후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하는데,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경제학자인 폴 호컨이 중심이 되어 세계의 과학자 70여 명이 모여서 드로다운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들을 검토한 프로젝트다.


△ 2020년 <드로다운 리뷰>에서 제시한 에너지원 전환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


2017년 처음 발표된 플랜 드로다운은 아직 실용화되지 않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이미 이용 가능하고, 효과도 예측 가능한 80가지 기술과 제도들을 평가하여 온실가스 감축 기여와 소요 비용을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냉매 관리가 가장 효과 있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수단이며,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기술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와 채식 위주 식단이 우선 효과가 큰 수단들이다.


하지만 플랜 드로다운도 핵발전이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전체 순위 중 20위로 평가했다. 다만 이들은 핵발전은 화석연료 발전을 회피할 수 있지만, 느리고 비싸며 위험하고 방사성 폐기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서 딜레마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따라서 드로다운의 저자들은 묻는다. 핵발전소 숫자의 증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그 모든 결함과 내재적 위험에도 해볼 만한 도박일까? 또는 일부 찬핵론자들이 주장하듯이 핵발전 이용을 줄이면 총체적인 기후 멜트다운이 일어나게 될 것인가? 저자들의 결론은 핵발전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후회막심한 해결책일 뿐 아니라 경제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지적하듯 사실상 다른 모든 형태의 에너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용이 낮아졌지만, 핵발전소의 비용은 오히려 40년 전에 비해 4~8배나 높아졌다. 후회막심하다는 것은 핵발전의 위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1.5도 억제를 위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핵발전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다른 진정한 기후 해법들의 발목을 잡게 만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드로다운 프로젝트의 저자들은 2017년의 보고서를 업데이트하여 2020년 초에 다시 드로다운 리뷰를 발표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보강하여 도출한 평가에서 핵발전은 시나리오1에서는 51,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의 역할을 더 많이 가정한 시나리오2에서는 61위로 밀려났다. 후회막심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순위에도 한참 처지는 수단이 된 것이다.


누군가는 다시 4세대 핵발전소와 핵융합에 대한 희망을 얘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드로다운의 저자들은 이런 기술들을 듣기에 매력적이긴 하지만 지금 검토하거나 적용할 가치가 있는 해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당장 가능한 수십 개의 해법을 추진하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5월(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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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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