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0. 6. 22. 11:36

국내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행동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낡은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그리고 후회 없는 기후위기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핵발전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탈핵신문은 연중기획으로 <기후위기와 탈핵>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

유엔 기후체제 협상에서의 핵발전 논쟁사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보는 핵발전

온실가스 감축을 말하는 찬핵론자는 누구인가

핵사이클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 대응, 비용과 시간의 문제

지구온난화는 핵발전소도 위협한다

세계 핵발전 추진국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충돌하는 핵발전 시스템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하다

 

 

핵발전소에 찬성하는 환경론자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로 세상이 시끄럽던 20179,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UC버클리대학 리처드 뮬러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판도라의 약속이란 영화를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도라라는 영화 한 편보고 탈핵 정책을 추진하게 되었다는 찬핵 진영의 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반박 같은 것이었다. 2013년 만들어진 <판도라의 약속>은 반핵 주장하고 있던 이들이 찬핵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한수원은 2014년 이 영화의 판권을 구입해 배포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쉽게 구해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판도라의 약속>에 출연한 스튜어트 브랜드


<판도라의 약속> 다큐 영화에는 원자폭탄 만들기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리처드 로즈, 1960년대부터 NASA에 지구 사진을 요청해 만든 지구 카탈로그(Whole Earth Catalog)를 만든 스튜어트 브랜드, 기후위기를 지적한 책 ‘6도의 멸종GMO 반대 운동을 하다 GMO 찬성 운동으로 돌아선 것으로 유명한 마크 라이너스, 국내에는 찬핵 활동가로 더 유명한 마이클 셸렌버거 같은 이들이 등장한다. 한수원의 보도자료에서는 이들을 모두 전직 환경운동가라고 소개했지만, 현장 활동가라기보다는 작가이거나 컨설턴트이다. 이들의 논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과거 자신의 반핵 주장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갖추지 못한 감정적 접근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많은 과학자나 기술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핵발전의 안전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기후위기 문제다. 그들은 핵발전이 없었더라면 석탄화력발전이 그만큼 늘어났을 것이고, 이에 따라 기후위기는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보다 월등히 적은 핵발전이 지구를 기후위기에서 구한다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흐름은 그동안 영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이다. 2004년 그는 영국의 신문 인디펜던트에 핵에너지는 유일한 녹색 해결책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환경론자들 사이에서 그의 영향력은 컸기 때문에 이 칼럼을 둘러싼 논쟁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러브록은 IPCC 보고서를 인용하며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막을 방법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돼야 하지만, 지금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핵발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핵에너지에 대한 반대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소설, 환경 로비, 언론이 제공하는 비이성적인 두려움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방사선으로 인한 사소한(minute)’ 위험 때문에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칼럼니스트 조지 몬비오도 마찬가지이다. ‘도둑맞은 세계화와 가디언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몬비오는 20115, 가디언에 반핵 로비스트들이 우리 모두를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란 칼럼을 발표했다. 몬비오는 칼럼을 통해 호주의 반핵운동가 헬렌 칼디콧과의 토론을 통해 자신이 한때 속했던 반핵운동이 과학적 근거도 없고 세상을 오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토론 이후 칼디콧의 책 원자력은 답이 아니다를 읽었지만, 과학적 논문에 대한 언급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나열하는 내용에 놀랐다며, 체르노빌 참사에 대한 반핵진영의 희생자 숫자 역시 과장되었다고 주장했다몬비오는 영국 환경론자들 사이에 유명 칼럼니스트였고,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이를 둘러싼 논쟁은 컸다. 몬비오는 2012년에도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고속원자로 등 기술적 선택지가 있다며, 핵발전에 대한 옹호를 이어갔다.

 

변화되는 핵에너지 찬반 논리

 

핵산업계는 그동안 핵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를 계속 변화·발전시켜왔다. 1940년대는 독일에 맞서기 위한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1950년대에는 이것이 소련으로 바뀌었다. 이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화두가 되었고, 1970년대에는 석유의 대체품으로 핵발전이 강조되었다. 2000년 이후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자,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자력이 제기되었다. 반핵운동 역시 시대에 따라 논리가 변화·발전되었다


1950년대까지 반핵운동은 평화운동과 한 덩어리였고,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를 거치면서 핵사고의 위험성이 강조되었다. 1980년대 말 영광핵발전소 3·4호기 건설 반대 운동에서는 핵발전소 강제건설, 미국은 각성하라라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확대된 반미운동과 반핵운동이 만났던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에서는 핵 마피아, 핵산업계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정부·산업계·학계·언론·정치권과 지역주민·시민사회 진영의 대결 국면이 강조되었다.


이처럼 핵발전소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논리는 입체적이며 오랜 논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를 단지 한두 가지 이유로 일반화시킨 이후 그 주장이 잘못되었다거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위험이 있으므로 기후위기 극복이 먼저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특히 방사능 사고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크고, 정보 접근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체르노빌 대형 지렁이후쿠시마 괴물 농작물처럼 잘못된 지식이 괴담화된 것을 반핵진영의 논리처럼 이해하는 잘못도 걸러내야 한다.


지금 당장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했다 할지라도 이를 빌미로 인권이 박탈당하고 독재국가 건설을 용인할 수 없는 것처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그간 환경을 지키고자 했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주장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하자거나 산림 태양광을 확대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곤 한다. 또한, 그간 공기업의 무능을 비판하면서 전력시장 민영화 등을 주장하는 때도 많다.

 

2020년대 환경운동의 새로운 과제

 

기후위기가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공포에 빠져 앞을 보지 못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 위기 상황일수록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갖고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 그리고 그 빈틈을 오랜 암흑기에서 벗어나려는 핵산업계가 노리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는 적게 나오지만,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울산 북구에서 수만 명이 주민투표에 임하는 현실을 어찌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기후위기 극복과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바꾸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탈핵 운동과 기후 운동은 대립하는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주체들이다. 이는 탈핵 운동과 기후 운동뿐만 아니라, 자연생태운동, 자원순환운동 등 환경운동의 다른 주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만드는 것이 2020년대 환경운동의 새로운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헌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6월(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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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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