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0. 7. 22. 15:37

국내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행동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낡은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그리고 후회 없는 기후위기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핵발전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탈핵신문은 연중기획으로 <기후위기와 탈핵>을 연재한다.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

유엔 기후체제 협상에서의 핵발전 논쟁사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보는 핵발전

온실가스 감축을 말하는 찬핵론자는 누구인가

핵사이클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 대응, 비용과 시간의 문제

지구온난화는 핵발전소도 위협한다

세계 핵발전 추진국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충돌하는 핵발전 시스템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하다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4)

온실가스 배출량단순비교 안 될 말



일부 환경운동가 핵발전 지지로 선회

 

기후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지구온난화 해결이 워낙 급하여서 어쩔 수 없이 핵발전을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저명한 환경운동가가 핵발전을 옹호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저명한 기후변화 작가인 마크 라이너스로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책 󰡔6도의 악몽󰡕,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의 저자다. 그는 핵발전을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완전한 청정에너지로 가기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대안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 슬로바키아의 보후니체 핵발전소 냉각탑 (사진=IAEA)


그렇다면 왜 기후위기를 말하면서 핵발전을 주장하게 된 것일까. 그 답은 분명하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핵발전은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열로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석탄이나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 발전소와 달리 발전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

 

핵발전의 온실가스 배출 논란

 

핵발전은 일반적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발전원으로 평가되어 왔다. 실제로 핵발전의 안정적인 운영을 표방했던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4)에서는 핵발전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0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 과정에 걸친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발전은 우라늄 채굴과 농축 및 가공의 전 단계, 발전소 건설과 운영 단계, 핵폐기물의 보관 운반 처리 등의 후 단계 및 폐로 과정 동안, 즉 모든 단계를 거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매년 <기후변화와 핵발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핵발전이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과정평가(LCA, Life-Cycle Assessment)를 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발전원 중 하나로 핵발전을 들고 있다. 다만, IAEA는 핵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라늄 품질과 농축과정 등을 포함한 핵연료 주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수명연장 등도 큰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발전소의 부하 비율과 발전소 가동 기간 역시 온실가스 발생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영국 서섹스 대학의 소바쿨 교수는 2008<에너지 폴리시>에 기고한 핵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 비판적 연구논문에 핵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풍력발전(9~10g)과 수력(10g), 태양광(32g)보다 더 높은 1kWh66g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논문은 핵발전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 해당 결과를 도출했는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불투명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말처럼 핵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는 기관마다 차이를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IAEA35g으로 가장 적은 평가를 하는 반면, 소바쿨 교수는 66g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기후변화협약의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로 확인되는 IPCC의 자료 역시도 이에 대해 조금 다른 결과를 보인다. 2014IPCC가 밝힌 핵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솟값이 3.7g, 최댓값이 110g으로 매우 큰 편차를 보인다.

 

핵발전 온실가스 배출량의 또 다른 고려사항

 

그런데 발전소가 건설, 운영 및 폐기되는 과정에 발생하는 온실가스만 살펴보면서 핵발전이 기후변화 대응에 유의미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제이콥슨 교수는 20196월에 발표한 <지구온난화, 대기 오염, 에너지 안보에 대한 핵발전의 평가>에서 또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핵발전소는 건설계획을 세우고 건설하고 운영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므로 그 기간에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여 온실가스를 줄일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발전의 경우 그 기간이 2~5년인 데 반해 핵발전은 10~19년이 걸린다. 그 기간에 핵발전이 아닌 육상풍력을 건설한다면 64~102gCO2eq/kWh 만큼의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발전 과정에 생기는 열이나 수증기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4.4gCO2eq/kWh로 태양광이 (-)값을 갖는 것에 비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핵발전 온실가스 배출, 삐딱하게 보자


핵발전은 언제나 낮은 발전 단가, 즉 경제성으로 인해 그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사고 처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더 핵발전의 경제성을 믿지 않는다그리고 지금,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써 핵발전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의 산출 기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르게 보고되고 있다는 것,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은 대규모 핵사고 시 온실가스 배출 역시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등을 고려했을 때 핵발전은 선택할만한 대안으로 자리할 수 없다. 핵발전의 온실가스 저 배출에 대한 기대 역시 다시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

탈핵신문 2020년 7월(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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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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