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20. 8. 21. 05:02

책 소개

인간은 핵에너지 사용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원전 폐지를 일본 가톨릭교회의 문제 제기(일본천주교주교회의 지금이야말로 원전 폐지를편집위원회 지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옮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표냄, 20184)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야!


지난 7월 말 어느 토론회 자리에서 앞에 앉으신 분이 펼쳐놓은 책을 우연히 뒷자리에서 보게 되었다. 곳곳에 밑줄이 그어진데다 군데군데 연필로 메모된 글귀들이 있었다. 속으로 얼마나 좋은 내용이길래 저렇게까지 열심히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회 말미에 일어서시는 분을 쫓아 나가, 오지랖 넓게 책 제목을 여쭤봤다. 바로, 이 책이다. 운 좋게도 바로 그 자리에서 다른 분을 통해 이 책 두 권을 얻을 수 있었다.

 

·일 천주교주교회의가 각각 출판한 책을 서로 번역·출판

 

나름 출판업을 하고 있고, 또 도서 소개 등 관계하고 있는 일도 있고 해서 이런 분야 책을 꽤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몰랐을 수가 있을까.


이 책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에서 일본천주교주교회의가 2016년 출판한 지금이야말로 원전 폐지를 일본 가톨릭교회의 문제 제기20184월에 번역·출판한 것이다.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니,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13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120쪽 분량)을 출판했고, 2015년 일본천주교주교회의에서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출판했다고 한다.


양국의 주교회의가 이렇게 각각 책을 출판하고, 또 서로 번역한 이유로 두 나라가 핵발전소의 위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 “핵발전소는 결코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 경제적 가치로 상쇄할 수 없는 더 숭고한 가치, 곧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 그리고 생태계 전체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성과 성찰에 이은

깊이 있고 명료한 상황 인식

 

일본가톨릭주교단은 20113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그해 11월에 지금 당장 원전 폐지를 -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라는 비극적인 재난 앞에서라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당시 성명서 내용을 살펴보면, “저희 가톨릭주교단은 생명을 향한 시선 - 21세기를 향한 주교단 메세지(2001년 발표)에서는 지금 당장 원전을 폐지해야 한다고까지는 호소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라는 비극적인 재해 앞에서 그 사실을 반성하면서 일본에 있는 모든 원전을 지금 당장에 폐지할 것을 호소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의 인식 부족에 대한 반성·성찰에 이어, 일본천주교주교회의는 2011년 탈원전의 메시지를 보완하고 다시 한번 핵발전의 위험성을 호소하기 위해 신학, 철학, 종교학, 과학기술에 관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일본가톨릭교회와 탈원전(당시 가제)’ 편집위원회를 발족하여 이 책을 기획·편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핵개발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역사적·사회적 문제로 일본의 핵 문제에 대한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책임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2부는 핵에너지, 원자력 발전의 과학기술적 성격으로 방사선, 핵에너지, 핵발전소 과학·기술적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원자핵의 내부 구조와 방사선(11)’처럼 이론적 배경지식이 없으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저선량 피폭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13)’, ‘핵폐기물 처리(24)’ 등과 같은 내용은 다른 책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일본 원자력위원회의 심의 의뢰에 대해, 일본학술회의 답변(20129, 140~142)은 작금의 문재인 정부의 엉터리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에 답답해하는 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으니,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3부는 탈원전 사상과 그리스도교로 사회윤리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생각과 현대의 환경윤리·사상에서 핵에너지 사용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살펴보고 있다. 핵발전 문제에 대한 여러 나라, 여러 교회, 여러 종교·종파의 입장과 문헌을 소개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다양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정리하고 있어 대단히 유용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모를 뿐만 아니라 그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공개적으로 고백·선언한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일본천주교주교회의는 용감하게그것을 했다. 이전에 핵발전을 부분적으로 용인했던 스스로의 인식 부족을 반성하고, ‘지금 당장 원전 폐지를정부와 신도·시민들에게 촉구·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태도가 바뀐 데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핵발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각의 다양한 층위와 구체적인 내용은 이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 그런데 이 책은 비매품이어서 서점 등에서 살 수 없다. 많은 권수가 남아 있지는 않지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02-460-7622)로 문의하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윤종호 무명인 출판사 대표

탈핵신문 2020년 8월(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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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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