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행동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낡은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그리고 후회 없는 기후위기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핵발전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탈핵신문은 연중기획으로 <기후위기와 탈핵>을 연재한다.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

유엔 기후체제 협상에서의 핵발전 논쟁사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보는 핵발전

온실가스 감축을 말하는 찬핵론자는 누구인가

핵사이클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 대응, 비용과 시간의 문제

지구온난화는 핵발전소도 위협한다

세계 핵발전 추진국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충돌하는 핵발전 시스템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징후는 우리에게 서서한 듯했으나 이젠 급속도로 확연해지고 있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상기후의 빈도가 10년 혹은 더 빈번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경험의 일상화는 본격화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나 한파, 장기화하는 장마와 산불, 빈번하고 위력적인 태풍들. 징후라고 하기에는 이미 잦은 현실이자 일상으로 정착해버린 듯한 이상기후. 그 앞에 핵발전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끄떡없는 방호벽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 안의 온전함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나흘 간격으로 찾아온 태풍은 핵발전소가 정지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 지난 93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부산 기장군의 고리 핵발전소 6기 전부 정지된 사태에 이어 97일 태풍 하이선은 경주 월성 2·3호기를 정지시켰다.


석탄발전과 핵발전 반대를 함께 요구하는 집회 (출처: Don’t Nuke the Climate)



올여름 45일간 지속되어 온 기후위기란 이름의 폭우로 곳곳이 피해를 보았고, 핵발전소 역시 예외지대는 아니었다. 지난 723일 내린 집중호우로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 3·4호기 일부 시설이 침수되었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외부로 송전하는 설비 일부인 스위치야드 관리동 지하터널과 가스절연모선(GIB) 터널에 빗물이 대거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20148월에도 부산에 많은 비가 내려 기장군의 고리 2호기가 취수 건물 내 배전반이 침수되어 취수 펌프가 정지했던 예가 있다. 한수원이 배수펌프를 가동했다지만, 몰려드는 빗물 유입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발전소 가동을 중단시켰다.


침수는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태평양에서 발생한 9.0 규모의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그 지역을 강타하면서 발전소가 침수되자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일이다. 침수로 전기 공급이 끊기자 원자로 노심을 식혀주는 냉각수 유입이 중단되어 핵연료봉의 노심이 녹아내렸고 수소 폭발이 이어지면서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대형참사로 기록된 후쿠시마 사고 여파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2030년 전 국토의 5% 이상 침수시나리오

 

얼마 전 그린피스가 공개한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는 2030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이상기후로 전 국토의 5% 이상이 침수되고 3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침수 지역은 주로 해안가에 위치한 시설들이다.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가 기간시설, 제철소, 항만, 화력발전소와 더불어 서해안에 위치한 영광의 한빛핵발전소가 포함된다. 미국 클라이밋 센트럴의 해수면 상승 및 해안 홍수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뉴스타파에 다르면, 독일 비영리탐사매체 코렉티브 분석 결과 한국의 19개 조위관측소에서 측정된 해수면 높이는 지난 30년 동안 평균 106mm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스타파)


 

영국 탈핵운동 내에서의 이슈도 침수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금세기 말에 해수면이 수 미터 상승할 수 있는데, 해수면의 50cm 상승은 천년마다 다가오는 폭풍이 100년마다 발생한다는 의미이며, 1m 상승은 10년 빈도로 잦아진다는 의미이다. 최종 처분장이 없는 가운데 핵발전소의 핵폐기물이 폭풍 해일에 대처가 가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던져진다.

폭우나 쓰나미로 인한 침수위험만이 아니다. 폭염도 핵발전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핵발전소는 고열을 식히기 위해 많은 양의 냉각수가 필요하므로 해안이나 강가에 위치한다. 발전기를 회전시킨 수증기를 냉각시키기 위해 해수나 담수를 이용하는데, 이때 사용된 냉각수는 약 7~9도 상승한 온도로 다시 배출된다. 원전폐수, 이른바 온배수이다. 막대한 양의 온배수는 배수구 부근의 수온은 상승시킨다. 온배수로 인한 수 생태계 파괴문제는 발전소가 가동하는 내내 지적되고 있다. 독일의 반핵운동 그룹인 '아우스게스트랄트'(Ausgestrahlt)33도까지 상승한 냉각수가 하천에 물이 적게 흐르거나 수온이 상승하면 특히 여름에 수생생태계를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일정 온도 이상으로 수온이 상승하면 어류나 하천이 죽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핵발전소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멈춰야 한다. 프랑스가 여름에 정기적으로 전력을 수입해야 하는 이유도 수온 상승을 고려해서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폭우, 홍수, 태풍, 침수, 폭염

모두가 핵발전소 안전 위협

격납건물 온도 제한치 50도 육박

 

2003년 폭염이 유럽을 휩쓸었을 때도 프랑스에서는 19개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출력을 절반으로 줄였어야 했다. 프랑스 원전안전규제 당국은 론강 인근의 부기핵발전소, 드롬강의 트리카스탱핵발전소, 가론강의 골페슈 핵발전소에 대해 강으로 배출되는 온배수 온도 제한 규정을 30도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이 규정이 때때로 지켜지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온배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기 온도 상승 역시 발전소 내부 과열을 초래한다. 프랑스 전력청은 일부 핵발전소의 격납건물 온도가 안전 제한치인 50도를 육박할 지경에 이르자, 이를 냉각시키기 위해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 지하수를 뽑아 살수를 시도했으나 온도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폭염이 프랑스 전역을 휩쓸던 작년 7월에도 냉각수 과열을 우려해 남부 골펙핵발전소 2기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무디스, 기후위기가 핵발전소 운영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기후위기가 미국 핵발전소 운영에 추가적인 리스크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해진다. 무디스의 자회사( Four Twenty Seven)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잦은 범람과 해일, 폭염 등 기후로 인해 증가하는 위험들이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증가하는 위기 요소라고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초래할 조건들은 핵발전소의 기본 설비나 시설들의 피해 위협요인이 되기 때문에 핵발전소 수명 연한에 추가적 위험요소로 작용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폭염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물 공급, 범람과 허리케인은 핵발전소 운영 비용을 상승시켜 결국 시장성을 고려했을 때, 신용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숨겨져 왔다고 지적되어 온 천문학적인 핵발전소 사고비용, 핵폐기물 처리 비용 외에도 기후위기로 인한 핵발전의 추가적인 리스크와 그로 인한 비용은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기는커녕 기후위기를 넘어설 수 없는 발전, 기후위기 앞에서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발전방식으로서 서둘러 수명을 앞당기고 종료시켜야 하는 발전임을 다시금 직시하게 한다.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에너지전환팀장

탈핵신문 2020년 9월(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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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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