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20. 10. 22. 07:55

책 소개


방사능,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방사능을 생각한다위험과 그 극복(모리나가 하루히코, 이광필 옮김, 전파과학사, 1993)

 


방사능’, 넌 도대체 뭐냐?

 

참 어렵다. 방사선·방사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을 보면 이렇게 소개하고, 저 책을 보면 저렇게 소개한다. 국내에 소개된 책들을 이리저리 뒤적여보아도 방사능이 어떤 물질인지 그 핵심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핵을 분열시키면, 엄청난 에너지(고온·고열·고압)와 높은 방사선 등이 나온다. 핵폭탄은 이것을 이용해 애초에 살상과 파괴를 목적으로 했지만, 핵발전소는 상업적 목적으로 전용(轉用)하다 보니 그 근원적 한계인 사고의 위험성, 방사성 물질의 생성·배출 등을 내재(內在)하고 있다. 우리가 핵발전소를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이유도 결국 사고의 위험성, 방사성 물질 때문일 것이다.


사고의 위험성이란 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판도라> 영화에서처럼 핵발전소가 폭발하여 일시적으로 격납건물의 잔재들이 인접마을에 쏟아지는 것도 상정(?)해 볼 수 있겠지만, 역시나 핵심은 사고 후에 터져나오는 방사성 물질의 확산과 그로 인한 지속적인 피폭일 것이다. 그런데, 핵산업계와 여기에 동조하는 이들은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지 않는다’, ‘사고가 나더라도 큰 사고는 없다’,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선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방사선이 나오더라도 사람에게 큰 피해는 없다’, ‘자연방사선(세계 평균 연간 2.4mSv)에 비하면, 저선량 방사선은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등을 읊조리며, 마치 학계의 정설(定說)’처럼 떠벌리고 있다.


그런데, 혹시 이러한 주장에 의혹을 제기하며, 뒤엎을만한 실증적이며,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가진 주장을 접한 적이 있는가? 그렇게 주장하는 전문가는 누구이며, 그 근거와 주장의 내용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소개한 자료와 도서는?


경험과 식견이 좁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근거와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가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핵을 개발한 미국과 피해를 경험한 일본 등의 양심적인 지식인과 전문가들의 선행 연구·조사 결과 역시 충분히 정리·소개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반핵·탈핵의 목소리가 시민들 속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핵산업계와 이를 동조하는 이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쉽다, 국내 출판 도서의 현실

 

이 책은 핵물리학을 전공한 모리나가 하루히코(森永晴彦, 1922~2018, 전 도쿄대·뮌헨공과대 교수)1984년에 집필하고, 체르노빌사고(1986) 이후 일부를 추가한 내용을 1993년 번역·출판한 것이다. 필자가 언급하고 있듯이, 이 책은 방사능에 대한 찬반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방사능의 장·단점에 대한 이해, 어떻게 익숙해질지, 어떠한 방법으로 그 위험을 극복할 수 있을까등을 목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30년도 더 된 오래전 책이며, 사용하고 있는 관련 용어·단위도 최신 것이 아니다보니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책은 전체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방사능·핵분열의 발견과 핵물리학의 탄생 등을 소개한 방사능은 어떻게 해서 현대 사회에 파고 들어왔나(1)’에서부터 피폭의 역사(2)’, ‘방사선 피폭의 위험한 성질(3)’, ‘방사선의 측정과 차폐(4)’, ‘바빠진 계몽과 방재(7)’, ‘체르노빌 방사능(추기追記)’, ‘역자 후기등은 비록 30년 전의 현실과 맥락을 서술하고 있지만, 현재와 연결하여 생각하면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군데군데 있다. 나머지 장들은 현시점에서 다소 시의성이 떨어져, 가볍게 지나치거나 건너뛰어도 무방할 것 같다.


저자 소개를 찾아보니 핵무기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반대했지만, 오랜 기간 핵발전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었고, 후쿠시마 사고(2011) 이후 탈핵의 입장으로 기울어졌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이런 태도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반핵·탈핵의 입장에서 방사선을 이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책을 찾기 어렵다. 당면한 현실에 걸맞은 방사선의 발견과 개발·이용, 그 종류와 특성, 인체 영향과 피해, 외부피폭과 내부피폭, 발병의 원리와 구조, 구체적인 국내·외 사례와 그 해석 등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도서를 기획·편집하는 전문가나 출판사의 출현을 고대한다.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

탈핵신문 2020년 10월(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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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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