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2020. 10. 22. 08:35

칼럼

성찰과 책임의 정치

 


강은주 생태지평연구소 연구기획실장

 


핵발전소의 찬반 문제는 기술 논란을 넘어 한국사회에서 이념 문제가 되었다. 안전하다 아니다는 논쟁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이제 탈핵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냐 아니냐가 되었다. 정책의 속성에 정치의 영역이 없다고 할 순 없으나 이러한 논쟁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탈핵은 현 정부의 주요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책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이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공적 목표(公的目標)를 달성하기 위하여 마련한 장기적인 행동지침(행정학사전, 2009)’이라고도 한다. 정책은 태생적으로 정치성과 권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책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정책학의 아버지라 평가받는 라스웰(Lasswell)은 정책학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성과 성찰성을 강조했다. 참여, 숙의, 합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성은 정책 결정 과정에 필수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책은 그 자체로 성찰성을 가져야 한다.


성찰성이란 인간 존엄성 실현에 기여한 정도, 우리 사회가 신뢰받고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기여한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인권, 정의, 존엄의 가치를 포괄하는 성찰성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 정부의 탈핵정책은 과연 얼마나 이를 내포하고 있을까.


신규 핵발전소 건설 금지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금지했지만 아직까진 그저 정치의 언어안에 갇혀 있다. 20208월 현재, 국내에 24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발전량은 세계 6위다. 지난 8월에는 UAE에 수출한 핵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고, 최근 한수원은 두 번째 해외 수출 실적으로 체코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7월에 열린 ‘2020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는 원전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혁신 과제를 공유하고 잠재적인 중소형 원자로 수출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혁신 방향을 모색했다고 한다. 정부의 탈핵 정책은 시장에 어떤 시그널도 주지 못했다. 시장은 여전히 원자력신화를 고수하고 정부의 탈핵은 허공에 맴돌고 있다.


일을 잘하는 것(Do Things Right)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일을 하는 것(Do the Right Things)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정책은 민주주의적 정책 결정 과정에 근간한 문제해결 방식이 더 큰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라스웰은 물었다. “한 국가의 선택이 그 국가를 위해선 최선이라고 할지라도 인류의 삶 자체를 위협한다면 바람직한 일일까. 정책 결정이 인간을 위한 결정이 될 순 없을까.”


탈핵 정책은 우리가 선택한 민주주의 안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성찰이어야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미래에 대한 책임이다. 그렇기에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으로서의 탈핵 정책은 성찰과 책임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탈핵신문 2020년 10월(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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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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