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2020. 11. 17. 10:47

탈핵 현장

핵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그 날까지

- 대한민국 방방곡곡 가져가라 핵폐기물 910일간의 여정

 


20201024, 핵폐기물 드럼통 모형을 싣은 대한민국 방방곡곡 가져가라 핵폐기물 캠페인단'(이하 캠페인단)은 부산을 출발해 울산-경주-울진-대구-영광-대전을 거처 핵폐기물 청정지역인 서울로 향한 910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가져가라 핵폐기물 캠페인단’ 910일의 여정은 소성리와 밀양의 활동가, 탈핵부산시민연대 활동가 등이 함께 했다. (사진=캠페인단)


첫날, 부산에서 시작한 출정식은 코로나로 힘든 와중에도 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엄중히 진행되고 3km가량 떨어진 송상현 광장까지 행진해나갔다. 60여 명이 이끈 20개의 핵폐기물 드럼통 모형 행진은 부산시민들에게 10만 년의 책임인 핵폐기물의 문제점을 각인시켰다. 이 시기에 또 집회냐! 또 도로를 막느냐! 등 불편한 시선도 있었지만, 실제와 비슷한 핵폐기물 드럼통 모형은 부산시민들의 뇌리를 후벼 파는 것 같았다. 간밤에는 아파트 단지에 주차한 모형 핵폐기물 통이 실린 트럭이 신고를 당했다. “위험한 것이 우리 아파트에 주차해있어요!”라는 주민의 신고로 늦은 밤에 트럭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이튿날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다잉 퍼포먼스를 하고 울산으로 향했다.


울산은 민간주도로 맥스터 건설반대 94.8%의 주민투표결과를 끌어낸 곳이다. 하지만 맥스터 추가건설이 결정되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정부와 끝장을 보겠다며 열렬히 싸우고 있는 현장이다. 월요일엔 경주 나아리 주민들과 상여시위와 맥스터 건설 반대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이날도 기자회견에 이어 울산시청 앞 차도를 30여 명이 행진했다. 특히 유턴할 때는 도로 전체 차선을 점거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잠시나마 해방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어 달려간 경주에서의 행진. 가던 길을 멈추고, “이게 바로 핵폐기물입니다. 얼만 줄 아십니까? 1500만 원입니다. 중저준위가 이러면 고준위는 얼마겠습니까? 근데 월성에 계속 쌓겠다고 합니다!” 경주 환경련의 이상홍 국장의 말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지켜보는 경주시민들은 박수치며 잘한다!”라고 소리쳐주었다. 가슴이 떨려왔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의 황분희 어머님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핵폐기물이... 모형이지만 이렇게 실제와 비슷한 형태의 핵폐기물 드럼통을 보고 놀라는 모습을 보셨지요?”, “마음속 밑에, 다 회피하고 싶을끼고 잊고 싶던 거를 들출 수 있어서 자각이 됐을겝니다. 이렇게 핵폐기물 드럼통 행진을 매달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셨다. 나아리의 절실함이 그대로 와 닿았다.


"내 안다, 핵폐기물이네"


핵폐기물 드럼통 트럭은 또 달렸다! 9시쯤 울진에 도착할 무렵, 우리가 묵을 숙소가 내일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분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연이었다. 아니 필연이었다. 울진사회정책연구소 소장님은 간식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와주셨고 울진의 현재 상황을 말씀해주셨다. 울진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철회되면서 한시름 놓긴 했지만, 얼마 전 군의회 원전특별위원회가 입장문을 발표하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추진을 요구했다고 한다. 탈핵활동을 이어가기에 녹록치 않은 상황인데 캠페인단이 울진에 온 것이 힘이 된다며 전국의 탈핵 활동가들과 연대하고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도 더 깊이 지역사회에서 논의해야겠다고 한다. 너무 안타깝고 감사했다. 다음날 울진군청에서 캠페인단과 지역의 단 3명의 참여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촬영팀을 빼면 기자회견장에 선 사람은 단 6명뿐이었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가장 밀접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많은 분이 드럼통을 알아보았다. 군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허락받고 하느냐, 상식적이지 않네라며 비협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울진시장에서는 노점상 할머니들이 줄지어 채소를 팔고 계셨다. 재래시장으로 가게 되면 시비가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할머니들은 뭐꼬, 뭐꼬하면서도 내 안다, 핵폐기물이네라며 개의치 않았다. 막걸리를 건네며, 한잔하고 노래도 불러보라신다. 기꺼이 한잔을 마시고 흥겹게 돌아와요 부산항해노래를 불렀다.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주시는 어르신들로 인해 며칠간의 피로가 싹 가셨다.


1028일 대구에서는 간담회가 마련되었다. 대구는 반핵운동의 불모지라고 스스로 말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현재까지 매주 화요일 탈핵화요시 264차례의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간담회에서 신규핵발전소와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탈핵기본법> 초안을 만들어 내년에 전국의 시민들에게 제안해보겠다고 한다. 핵발전소가 없는 대구에서 추진되고 실제 법 제정까지 간다면 핵폐기물의 문제에 올바로 책임지는 행동이지 않은가! 또 감사했다.



던져버리고 싶은 핵폐기물


△ 캠페인단이 10월 30일 세종시에 있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산업부의 '엉터리' 공론화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장영식)


1029일 영광! 캠페인단이 부산을 출발하여 영광까지 가는 동안 한빛 5호기가 또 가동을 멈췄다. 수백억 원을 들여 증기발생기를 교체하고 180일간의 정비를 마친 핵발전소가 며칠 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호남권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핵폐기물을 서울로 가져가라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하는 많은 전기는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그 책임은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주민들만의 몫으로 국한되고 고통받고 있지 않은가. 핵발전소 지역의 활동가들은 핵폐기물을 가져가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이것으로 인한 위험과 불평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여정에서 더 절실히 와 닿으며 진짜 핵폐기물을 던져버리고 싶어졌다.


1030,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지역의 정당 및 시민사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을 향해 가는 도중 산업부에서 재검토 과정에서 진행한 전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는 설명회와 토론회를 진행했다. 우리는 가는 길을 멈추고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로 향했다. 인정해라! 멈추어라! 엉터리 조작 공론화를! 소리치고 악을! 악을 써봤다. 각 지역의 성명서도 낭독했다. 하지만 결과는 국민의 60%원자력의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발표했다고 한다. 우리는 분을 삭이며 종착지 서울로 향했다.


1031일 서울역! 지역의 많은 분의 지지와 참여로 핵드럼통 모형을 끌고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국회의사당 앞, 111,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서울대 정문, 지나가는 이가 우릴 보고 x자식이라고 했다. 역시, 방폐장을 서울대에 건설하겠다던 이들이지 않은가! 그래 너희 꺼 해라! 광화문에서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더니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언제 그런 양 비가 멈췄다! 신도 우리를 도우는 듯했다. 감동이었다.


청와대 앞 분수광장 출입 공권력이 막아


△ 캠페인단과 탈핵단체 등은 11월 2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모형 핵폐기물 드럼통을 세워놓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분수대 광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사진=캠페인단)


112, 드디어 청와대 앞! 하지만 청와대로 가는 길은 험했다. 경찰로 둘러싸여 한 발짝도 갈 수가 없었다. 경찰은 집회라서 안 되고 도로점유라서 안 되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했다. 우리는 이제 더 물러설 수 없었고 분통을 참을 수 없었다. 이날은 탈핵시민행동과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 등 전국의 탈핵 단체가 산업부의 전국의견수렴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각 핵발전소 지역에서도 함께 했다. 우리는 청와대 앞에서는 다잉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다. 우리를 가로막는 경찰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도 없는 가운데 쓰러질 수는 없었다. 핵발전 역사 40년간의 고통과 아픔을 누구보다도 알기에 쉽게 내뱉고 싶지 않았던 그 말 가져가라 핵폐기물!’ 모두가 책임져야 할 핵폐기물을 함께 고민하고 책임을 논의해보자고 부산에서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갔건만, 결국 가져가라 핵폐기물, 대통령이 책임져라!”는 소리만 쳤을뿐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2020112대한민국 방방곡곡 가져가라 핵폐기캠페인 910일간의 여정은 여기서 마무리되었지만, 핵폐기물의 문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핵폐기물의 문제점을 안고 서울로 향해 갈 것이다. 10만 년의 책임을 진정성 있게 논의하는 그날까지. 더 이상 핵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그날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캠페인단과 각 지역에서 함께 한 분들께 감사드린다. 


김현욱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가져가라 방방곡곡 가져가라 핵폐기물 캠페인단)

탈핵신문 2020년 11월(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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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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