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13. 6. 11. 14:30

핵발전 밀집도 1위 한국, 언제까지 하느님이 보우하사해줄까

다큐멘터리 우리는 기니피그인가, -폴 조 감독, 2012, 119, 프랑스

김복녀(에너지정의행동)


 

 

언제부턴가 듣고 싶지 않아도 자주 듣는 단어들이 있다. 내겐 유전자조작식물이라는 GMO와 방사능 용어들이 그렇다.

GMO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다른 생명체 유전자를 조악하고 정확하지 않게 곡물에 집어넣는 것이라, 다양한 독성물질이 축적되고 상호작용하면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미지의 기술이다. 하지만 동물실험으로 이미 장기이상, 면역체계 변화, 노화속도 증가, 유전자 발현 이상 따위의 부작용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5월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다큐물 우리는 기니피그인가를 사전 지식 없이 보러 갔다가, GMO와 핵발전이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내용에 깜짝 놀랐다. 미국은 1942년 말부터 2차대전 끝날 때까지 핵폭탄제조 연구소를 세워 15천명의 과학자를 모으고 3년간 약 19억달러를 투자한다. 맨해튼 계획이라 이름 붙인 이 비밀프로젝트에 화학, 금속, 전기, 자동차, 석유, 건설사 등 여러 분야 대기업을 거의 참가시켰다. 특히 듀퐁사나 유니언 카바이드사 같은 화학공업과 석유관계 회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고, 콜럼비아대, 시카고대, 캘리포니아대학 두뇌들을 참여시켜, 그야말로 군··학 복합체가 합심해 전쟁 후 핵산업이라는 거대 산업이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당시 과학요원이 된 과학자한테는 미행이 붙고, 집에는 비밀 마이크가 달리고, 나치 독일 못지않은 경찰국가 상황을 방불케 했다. 밤낮없이 연구시켜 만든 두 발의 핵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려 세상을 경악시키며 거센 비난을 받지만, 그간 투자가 아까워 맨해튼 프로젝트팀을 해체하지 못하고 평화이용탈을 씌운 핵발전과 GMO 같은 천하의 민폐꺼리연구로 방향을 튼다.

영화는 GMO 옥수수를 흰쥐에게 먹여 1년 넘게 관찰하는 비밀실험실과, 핵발전소 58개에 전력에서 핵발전 비율이 75%나 되는 프랑스와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일본을 오가며 찍었다. 26년 전 체르노빌 핵사고로 유럽이 방사능 공포로 뒤집어졌다지만, 후쿠시마 핵사고도 체르노빌 못지 않은 엄청난 충격을 준 모양이다. 감독은 58기 원자로로 빽빽한 프랑스 지도를 여러 차례 등장시켜 숨을 멈추게 한다. 핵발전소 거대 냉각탑 옆 옥수수밭에서 GMO옥수수를 수확하는 트랙터 앞모습이, 핵탄두 모습과 흡사한 것도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GMO 보급사는 유전자조작식물이 동물실험을 거쳐 안전하다지만, 3개월 이내까진 별 변화가 없기에 3개월짜리 실험만 허용한다고 한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비밀리에 더 장기간 실험을 한 결과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10개월 먹인 쥐한테서 종양이 발견되고, 18개월이 되자 죽게 된다.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양심적인 과학자는 GMO와 방사능의 공통점도 짚어준다. 그건 이미 꽤 널리 퍼져있고(핵발전은 30개국 이상), 유전자를 한 번 망가뜨리면 되돌릴 수가 없고, 다량이 아니면 먹거나 흡입해도 당장 죽지 않는다고 속임수를 쓰고, 생물체에 농축되어 먹이사슬 상 인간이 피하기 어렵다고.

세계 종자시장을 27% 장악하고 GMO 종자특허를 90% 이상 보유한 몬산토 홍보이사는 이미 1998년 솔직하게 털어놨다. “GMO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몬산토가 할 일이 아니다. 그건 FDA(식품의약국) 일이다. 우리 목표는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FDA는 직접 실험은 전혀 안하고, 서류검토만 수행한다고 한다. 몬산토 반대의 날도 지정해 GMO 옥수수와 일반 옥수수를 놓아두고 새들이 일반 옥수수를 선별해 먹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여러 행사를 벌여도 몬산토 주가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며칠 전 재배허가를 받은 적 없는 유전자조작 밀이 미국 오리건주에서 발견됐다며, 일본은 당일 미국산 일부 밀수입 중단을 결행하며 잽싸게 대응하건만, 한국 보건당국은 수입밀과 밀가루를 전수조사하겠단다. 그런데 미국조차 발견이라는 표현으로 GMO밀 때문에 호들갑인데, 우리 당국은 대체 뭘 알고 체크해낼 텐가, 체크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GMO와 방사능을 양산하는 기업은 그야말로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인데, 몬산토는 2010올해 일하기 좋은 100대기업으로 포츈지에 선정됐고,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2030년까지 80기를 팔겠다는 MB 허풍을 등에 업고, 국내 핵발전소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여러 무리수를 두고 있다.

옆자리 친구는 진즉부터 눈물을 훔쳐도 담담하던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울고 말았다. 핵사고 후 제일 먼저 자살한 이가 30년 이상 유기농을 경영하던 농부였는데, 유족인 그 아내와 아들이 면담한 프랑스 부인이 떠나는 차량을 계속 따라오며 손을 흔드는 광경이다. 핵사고 후 농사가 부질없어지기도 했지만, 어쩌면 핵발전소를 10기나 용납하고 유기농에만 전념해온 자신이 한탄스러워 할복하고야 만 고인의 유언을 영화를 통해 세상에 퍼뜨리고 싶은 마음과, 핵물질 오염지에 직접 찾아와 고인과 유족의 심정을 담아준 연출자와 나눈, 이제는 안타까운 정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

주변에서, 일본사람은 왜 핵폭탄 맞고도 핵발전소를 그렇게나 많이 허용하고, 후쿠시마 참사를 겪고도 재가동을 용납하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우리집 불과 옆집 불이 뭐가 다른가?

핵발전 밀집도 1위인 나라에서, 이웃나라 핵 참사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면 곧 옮겨 붙을텐데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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