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행동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낡은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그리고 후회 없는 기후위기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핵발전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탈핵신문은 연중기획으로 <기후위기와 탈핵>을 연재한다.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

① 유엔 기후체제 협상에서의 핵발전 논쟁사

②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보는 핵발전

③ 온실가스 감축을 말하는 찬핵론자는 누구인가

④ 핵사이클과 온실가스 배출

⑤ 기후위기 대응, 비용과 시간의 문제

⑥ 지구온난화는 핵발전소도 위협한다

⑦ 세계 핵발전 추진국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

⑧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충돌하는 핵발전 시스템

⑨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하다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하다

기술과 경제적 문제보다는 사회적·정치적 문제


 

한국에서는 여전히 탈핵 정책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워졌다거나 탈석탄을 위해서라도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가급적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환경주의자들도 이런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기술과 관련 제도를 고려하더라도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독일의 사례는 이런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 독일의 발전워별 전력생산량 추이 1990~2019)



독일은 20191, 자국 내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줄여서 2038년까지 모두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엔 기후변화 협상장에서 독일이 핵발전을 유지하는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저조하여 궁지에 몰렸던 지난 몇 년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결정이 가능했는지 궁금할 수 있다. 그런데 살펴보면, 이미 독일의 에너지 환경과 시장 상황이 그런 선택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을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본지 이번 호 기사(11면 하단)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은 핵발전과 석탄발전 모두를 줄이면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는 과제에서 확실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의 재생에너지법(EEG)에 힘입어 재생에너지는 약진했고 2002년의 탈핵 법안에 근거하여 핵발전도 단계적 폐쇄 과정을 밟아서 2022년에는 제로 상태가 될 예정이다. 그러는 동안 독일의 에너지 수요는 효율화와 절약으로 감소했고 석탄화력의 발전량도 필요성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1990년에 독일은 석탄화력에서 322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했는데 2002년에는 307TWh로 약간 감소했고, 2018년에는 241TWh까지 떨어졌다. 독일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갖게 된 재생에너지는 2019년에 처음으로 석탄화력 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했다.


물론 독일은 유럽 전체가 그리드로 연결되어 있어서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남는 전기와 시기적으로 모자라는 전기를 다른 유럽 나라들과 나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 같은 경직성 전원이 시시각각 출력이 변동하는 재생에너지와 서로 효율적으로 보완할 수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전개와 현재의 상황을 보면 탈핵과 탈석탄은 기술적이거나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기 보다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 독일이 탈석탄을 미루었던 것은 국가 전체의 경제성 때문이 아니라 지역 경제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다. 서독의 루르지방은 오래도록 유연탄 산지로써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어왔고, 구 동독지역에 갈탄 지역도 타격을 입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독일 통일 이후 대기 오염과 온실가스 문제 때문에라도 유연탄과 갈탄 생산을 줄여야 했지만, 지역사회와 관련 노동조합은 완강히 반대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도 이런 상태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었고, 시민사회도 반핵-반석탄 직접 행동을 고조시키면서 압력을 가했다. 결국, 석탄산업 노동자의 일자리와 지역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었고, 그래서 준비한 것이 탈석탄위원회(coal exit commission)였다. 이 위원회의 전체 명칭은 성장, 구조 변화 및 고용에 관한 위원회로 독일 정부가 수립한 2050 기후행동계획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지역 경제와 고용을 함께 고려하며 실현해야 한다는 주문에서 시작되었다.


탈석탄위원회는 연방정부의 관련 부처 대표에 6개 석탄 산지 주정부 대표, 3명의 정당 대표, 환경단체, 관련 산별 노동조합, 경영자 조직, 에너지 회사, 연구 기관 등이 망라되어 실질적 대표성과 논의의 책임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석탄 산지의 경제적 전환, 2030년 기후목표 달성, 석탄화력 발전 중단 시점 등 핵심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모아서 권고안 작성에 성공했다. 그 핵심 내용이 2038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 중단, 2022년까지 화력발전소 일부 조기 폐쇄, 퇴출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지역에 지원금 제공 등이다. 독일 정부가 2038년까지 탈석탄에 투입할 예산은 총 400억 유로(53조원)에 달한다. 지원금은 탈석탄으로 피해를 입을 지역과 노동자 및 석탄 기업을 돕는 데에 쓰이게 된다. 석탄산업의 정의로운 전환프로그램이 제시된 것이다. 독일의 탈핵에 이에 상응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없는 이유는, 탈핵은 훨씬 일찍 시작되었고 핵발전 중단 이후에도 관리와 폐쇄에 상당한 인력이 남아 있어야 하며, 지역경제의 의존성도 석탄산업보다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탈석탄을 위한 제도적 과정도 본격화되었다. 최근 독일 에너지 규제 당국은 온실가스 배출 잠재량을 시장에서 제거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202111일부터 약 4788MW(메가와트)의 석탄화력 발전량을 판매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핵발전소로 보면 5기 분량의 전기 생산량에 해당하는데, 에너지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증이다. 대신에 정부는 전력회사(유틸리티), 지역 및 고용에 대한 영향을 완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게 된다. 석탄화력발전 운영자가 발전소를 폐쇄하면서 받게 되는 평균 보상액은 MW66,259유로이며 총 공적자금 지출은 31700만 유로다. 갈탄 전력산업의 폐쇄를 위한 별도의 보상 계획은 아직 검토 중이다.


이 조치로 영향을 받을 발전소에는 스웨덴 유틸리티 바텐팔의 무어부르크, RWE의 베스트팔렌과 이벤뷰어렌, 그리고 우니퍼의 헤이던이 포함된다. 운영자는 20213월까지 시스템을 열어두지만 7월까지는 병목현상 발생 시 대기 운영 및 지원 네트워크로 전환해야 한다. 전력 생산 마케팅은 11개 발전소에서 11일에 중단되어야 하지만 이전에 주문한 양은 계속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향후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이며, 2027년 이후에는 보상 없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명령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있고, 다른 편에서는 이것도 너무 느리거나 미흡하다고 보는 조직들도 있다. 환경단체들은 2038년이 아니라 2030년까지 탈석탄을 주장했고 석탄 기업에 대한 보상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이견은 탈핵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연출되었던 모습이지만, 탈핵과 탈석탄 모두가 결국은 정치적 의지와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현된다는 점도 확인시켜 준다.


올해 2월 한국을 방문했던 독일의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가 밝히듯, 한국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전기전자 등 주요 제조업에 경제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핵과 석탄, 석유, 가스에 의존했던 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과 한국은 화석연료 연소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6위와 7위의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이고 경제적 위상에 부응하는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도 있다. 독일이 수십 년 전부터의 논의와 기술 및 제도 준비를 통해 탈핵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꾸준히 실현하고 있는 모습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전력수급계획, 그리고 최근의 한국판 그린 뉴딜2050 탄소중립 전략에서 무엇이 빠져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하지만 어차피 한국도 따라가야 할 길이라면 빨리 따라할 일이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12월(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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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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