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행동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낡은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그리고 후회 없는 기후위기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핵발전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탈핵신문은 연중기획으로 <기후위기와 탈핵>을 연재한다.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 ⑩>

유엔 기후체제 협상에서의 핵발전 논쟁사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보는 핵발전

온실가스 감축을 말하는 찬핵론자는 누구인가

핵사이클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 대응, 비용과 시간의 문제

지구온난화는 핵발전소도 위협한다

세계 핵발전 추진국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충돌하는 핵발전 시스템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하다

한국에서 탈석탄·탈핵 어떻게 만들까

 

 

한국에서 탈석탄·탈핵 어떻게 만들까

- 2020년대 에너지 정책이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2016년 이미 벨기에가 유럽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국가가 되었고,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이 작년에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췄다. 2030년까지 20개국이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뉴욕, 하와이, 워싱턴주 등이 석탄화력발전소 종식 법안이나 계획을 발표했다. 탈석탄의 흐름이 강할수록 핵발전소가 필요하지 않으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나라들이 모두 이미 탈핵을 선언했거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 없다는 점만 봐도 탈석탄과 탈핵은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 탈석탄과 탈핵을 함께 진행할 수 있을까?

 

이미 줄어들고 있었던 핵발전 비중 

 

우리나라의 연료별 발전 비중을 보면, 1990년 우리나라 전력공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핵발전(50.9%)이었다.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이 핵발전에 의해 공급되었다. 그다음은 석탄 화력(17%)과 천연가스(9.2%)이었다. 핵발전 비중은 점차 줄어, 1위 핵발전과 2위 석탄화력발전의 순서가 바뀐 것은 2000년이었다. 역대 정부는 끊임없이 핵발전소를 건설했지만, 핵발전소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더 많이 건설되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우리나라 발전 1위는 석탄화력발전이었다. 30% 후반대에서 시작한 석탄 화력 비중은 40~45% 정도를 계속 유지하다가 작년에야 다시 30%대로 내려왔다.

 

 

지난 20년 동안 핵발전 비중은 계속 낮아졌고, 반면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계속 증가했다. 2위 핵발전과 3위 천연가스의 순위가 바뀐 것은 2013년의 일이다. 2013년 한수원 납품 비리 사건으로 핵발전소 가동 중단이 이어지면서 사상 최초로 핵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의 순위가 바뀐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2018년에도 반복되었다. 영광 핵발전소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발견된 핵발전소 격납건물 구멍으로 대규모 발전소 건설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2019년 핵발전소 재가동이 이뤄졌지만, 근소한 차로 천연가스 발전량이 핵 발전량보다 더 많았다.

이처럼 핵발전 비중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낮아졌다. 탈핵,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일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개념이 달라질 수 있으나 한때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핵발전 비중은 이제 20% 중반까지 떨어졌고, 순서도 석탄과 천연가스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이런 흐름은 지난 30년 동안 계속 이어지는 추세이다.

 

간과되어서는 안 될 천연가스의 역할 

 

지난 10여 년 동안 핵발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연료별 발전 비중을 놓고 보면, 핵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의 위치가 바뀌고 있다. 흔히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의 대안으로 태양광,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하지만 아직 재생에너지 비중이 채 1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기 전까지 전력 수급을 담당할 다른 발전원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천연가스 발전이다.

천연가스 발전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지만, 석탄 화력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이 적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물을 끓여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과 달리 제트 엔진처럼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가스 터빈은 석탄 화력보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또 규모를 작게 하거나 인구 밀집지에도 건설할 수 있으며, 출력조절이 쉬운 장점도 있어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한다.

대신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다. 천연가스가 석탄보다 가격이 비싼 요인도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비싸다. 현재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천연가스는 모두 액화천연가스(LNG)이다. LNG는 운반을 위해 천연가스를 영하 162초저온에서 액체로 만든 것이다. 액체로 바뀐 천연가스는 부피가 1/600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신 액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투입되는 단점이 있다. 한국, 일본, 대만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는 파이프로 공급되는 배관천연가스(PNG)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효율 향상 등으로 인해 일부 최신 천연가스 발전소는 노후 석탄화력발전보다 발전단가 낮은 경우도 생겨나고 있어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탈핵·탈석탄에서 2020년대의 중요성 

 

한편 2021~2030년에 이르는 10년은 에너지전환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이 선언된 가운데, 향후 10년간 10기의 핵발전소가 수명 만료된다. 이미 폐쇄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포함하면 12기이다. 가동 중인 핵발전소도 현재 24기에서 203018기로 줄어들 것이다. 1980년대 집중적으로 건설되었던 핵발전소가 수명 만료되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도 2030년이면, 현재 가동 중인 77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32기가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노후 발전소가 된다. 아직 정확한 탈석탄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으나, 문재인 정부가 밝힌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향후 10년간 절반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전력원별 비중은 급격히 바뀔 수밖에 없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력수요 증가를 멈춰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수요는 IMF 사태로 경제 위기가 왔을 때를 제외하고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증가해왔다. 계속 늘어나는 전력수요 앞에 에너지전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다행스럽게 2019년 전력수요가 줄어들기는 했다. 2020년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지 않으리라고 추정된다. 이런 흐름을 계속 유지하면서 석탄과 핵발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재생에너지 증가가 필요하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만으로는 2020년대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현재 OECD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이미 25%를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2030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40% 이상으로 재설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갈등을 겪고 있는 태양광, 풍력 발전소 인허가 과정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지역 주민과 재생에너지 시설이 상생할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민간 발전사업자들에게만 맡겨 둔 재생에너지 발전소 증설 계획을 공기업,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과 민간부문이 서로의 역할을 나눠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전과 광역지자체 에너지공사, 각종 공공기관이 새로 수립된 재생에너지 목표를 중심으로 역할을 나눠야 할 것이다.

 

질서 있고 빠른 퇴각이 필요한 석탄 화력과 핵발전 

 

이런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발전소 해외매각과 민영화를 중심으로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추진되다 십수 년째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민간기업은 민간기업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독자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가 주축이 된 기존 발전공기업은 기존에 근무하던 노동자들과 설비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따로 움직이는 실정이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발전소의 에너지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바꾸는 작업이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는 물론이고 하청업체 노동자와 인근 중소상공인, 지역 주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전환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원칙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전환과정이 무작위적으로 진행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계획과 함께 발전소 폐쇄의 구체적인 방법을 만드는 작업이 이제 필요하다. 이는 전력 생산량을 채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얼마나 질서 있고 빠른 퇴각을 기획할 수 있을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2021년은 그 퇴각을 준비하는 길목에 서 있는 중요한 때이다.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탈핵신문 2021년 1월(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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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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