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기사, 핵폐기물2021. 4. 16. 09:30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권고안 분석

 

해법 없이 '검토와 논의 바란다' 나열한 권고안

 

 

시작부터 이해당사자를 배제해 해체 요구를 받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가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고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지난 318일 재검토위는 정부에게 (가칭)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제정을 촉구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전담할 독립적 행정위원회신설 등을 담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칙에 관한 권고>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소통하여 반영 여부를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을 포함해, 방폐물 최소화 원칙 포함 여부는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았다.

 

재검토위원회는 권고안에 전문가 검토그룹 의견과 전국/지역 의견수렴 결과, 재검토위원회 권고사항을 담았다. 세부 논의 주제를 살펴보면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칙, 정책결정체계, 영구처분시설 및 중간저장시설 확보,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관리시설지역 지원원칙 및 방식, 임시저장시설 확충,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및 포화전망,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개발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제가 제대로 된 논의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 21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해당사자 참여를 배제하고 전문가들도 형식적인 논의에 반발하며 사퇴하는 등 문제가 많은 재검토과정이었다.

 

 

 

 

과제만 남긴 공론화

 

 

권고안에는 관리원칙에 국가책임, 국민안전, 국민신뢰, 지역사회 참여, 처분에 있어 영구저장과 중간저장 필요, 부지선정절차에 있어 원칙과 절차, 법제화 필요 등 원론적인 수준의 검토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고준위핵폐기물 발생 최소화의 원칙, 심층처분기술의 안전성과 부지선정기간의 적절성, 추가적인 임시저장시설 설치 문제, 지역지원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해서는 향후 검토가 필요함을 주문했다. 정책결정체계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참여원칙과 절차를 포함하는 제도방안을 마련하고 제3의 독립적인 행정위원회가 신설되어야 한다는 것을 과제로 남겼다.

 

재검토위가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앞으로 이를 근거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추진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 수립과 특별법 제정도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지역과 시민사회는 잘못된 공론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월성핵발전소 지역공론화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며, 원점에서부터 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의견수렴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나라가 전 세계 어디에도 아직 없다는 점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반복된 공론화 실패로 인해 사회적 논의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현실을 정부는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번처럼 당장에 급한 임시저장시설 증설에만 급급해서는 갈등의 골만 깊게 패일뿐이라는 비판이다.

 

시민사회는 핵산업계의 이해관계에 벗어나 안전성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하며, 미래세대에 짐을 최대한 떠넘기지 않는 책임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권고안에 재검토위 스스로 실패 인정

 

 

재검토위는 권고안 46쪽에 “(재검토위원장이) 202062429차 전체회의에서 시민사회계 참여가 없고 균형 있는 전문가 토론이 힘든 상태에서 진행되는 의견수렴은 숙의 과정의 공정성, 수용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원회 해체를 제안하였다라고 기록했다. 결국, 재검토위원장이 사퇴하고, “15명이던 위원회는 10명의 위원만 남게 되었다라고도 기록했다. 이미 재검토위는 자체적으로도 공정성과 수용성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검토위는 또 권고안에 지역의견수렴에서 울산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경주의 경우 시민참여단이 맥스터 증설에 81.4%가 찬성했으므로 맥스터를 적기에 건설하기 바란다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재검토위는 <임시저장시설 확충에 관한 권고> 10쪽에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 지역 의견수렴의 경험을 반추해 추가적인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원전지역주민, 시민사회계, 원자력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하에 새롭게 논의를 진행하여 주시기를 권고한다라고 적었다. 스스로 지역실행기구 구성과 의견수렴 과정, 의견수렴 범위 등에 대한 한계를 권고문에서 인정한 셈이다.

 

재검토위는 울산 등 인접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청취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였다는 점을 밝혀둡니다라고 권고안에 적었지만, 실제로는 울산시와 기초자치단체, 울산시의회와 기초의회, 시민단체와 주민단체가 수십 차례 주민의견수렴 범위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하고, 지역실행기구 구성에 울산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뭉개버렸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 울산북구대책위는 지난해 월성원전 사용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 울산북구 주민투표를 했고, 주민투표에 5만 명이 넘게 참여하여 투표자의 94.8%가 맥스터 건설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재검토위와 월성원전지역실행기구는 145명의 경주시민만으로 구성한 시민참여단 의견수렴만을 반영했다.

 

경주시민대책위와 양남대책위, 울산북구대책위는 월성 핵발전소 임시저장시설 경주지역 공론화 과정에 대해 한수원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시민참여단 구성 의혹 등을 제기하며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소까지 진행한 상황이다. 월성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은 일방적인 맥스터 건설에 반대하는 투쟁을 진행 중이며, 공론 조작 의혹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사회, 정부에 권고안 폐기 요구

 

 

재검토위의 이번 권고안 발표에 대해 지역과 시민사회는 졸속’, ‘엉터리공론화 결과라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들을 발표했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이번 재검토과정이 지난 정부의 잘못된 공론화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공정성, 숙의성, 대표성, 수용성 등 모든 면에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해 실패로 귀결됐다고 평가하며, 고준위 핵폐기장도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국민의 안전보다 핵산업계 이득 보전에만 급급하여 맥스터 증설을 위한 들러리로 철저히 악용되었다라며 권고안을 폐기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가 이번 공론화 실패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행정기구를 구성해 원점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 울산북구주민대책위는 3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권고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은 다시 핵발전소 부지에 임시저장시설 확충으로 임시대응할 문제가 아니라며, “최종처분장도 없이 가동하는 핵발전에 대해 전 국민이 제대로 알고 탈핵을 결정할 일이 남았을 뿐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사회가 주요 정책 결정에 있어서 공론화의견수렴이라는 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일을 경계한다며, 경주지역 공론설계와 결과는 사회적으로 용인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도 3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재검토는 임시저장시설 건설로 인해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할 수 있는 빌미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권고안대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이 수립되고 진행된다면 고리 1호기 해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검토위가 권고안에 원전의 지속적 발전에 대해 추가적으로 소통하여 반영 여부를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한 것에 대해 이번 재검토가 경주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하고, 탈핵정책을 부정하고자하는 재검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대목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정부는 권고안을 폐기하고,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안재훈 편집위원(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탈핵신문 2021년 4월(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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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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