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21. 5. 20. 16:31

∥ 책 소개

내가 사는 이 땅의, 핵발전 현장 이야기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신혜정, 호미, 20156, 김익중 추천, 윤순진 감수

 

 

학교 다닐 때, 충북 음성으로 여름 농활(농촌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지방의 중소도시 시내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농촌·농민을 그곳에서 처음 접했다. 출신 지역과 성장해온 가정환경 등은 비록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경로를 밟아온 나와 또래 친구들은 어찌 보면 단일한 유형의 집단이었는데, 그곳의 농촌·농민들을 만나면서 다른 유형의 계층과 세계를 직면하게 되었다.

 

 

10일 남짓의 짧은 기간이었다. 우리끼리 밥해 먹으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분들과 함께 땡볕에 농사일하고 저녁에는 분반활동이랍시고 청년, 장년, 부녀, 청소년반 등으로 나뉘어 함께 술도 먹고 마실도 다니면서 이야기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농활을 통해 , 농민들의 삶과 생활은 이렇구나’, ‘이런 게 농촌의 현실이구나등을 나는 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는데, 그즈음 책을 통해 읽었던 사회구조적 모순등을 나름 실감하며, 어슴푸레 사회 현실에 눈뜨는 원초적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당시엔 농활 이외에도 공활(공장활동), 빈활(빈민활동) 등도 있었는데, 이젠 젊은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라떼로 치부되는 사회적 분위기처럼 참 낡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신혜정 시인의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 기행

 

 

사회활동, 사회운동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동기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반핵·탈핵운동에 참여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지역에서 탈핵 활동을 시작하게 된 어떤 친구는 기존에는 핵발전을 지지했었는데, 최근에 해결불가능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접하면서 입장이 바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 책을 집필한 신혜정 시인의 계기는 책 한 권이었다. 고이데 히로아키의 원자력의 거짓말(녹색평론사, 2012)을 읽고, “이후 나는 관련 책을 탐구하듯 찾아 읽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 (중략)원전이 있는 국내 모든 지역에 가 보리라라고 마음먹고, “체르노빌, 후쿠시마 같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사는 이 땅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의 내가 사는 이 땅의 이야기에 대한 긴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7번 국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도로 꼽히는 이 길은 강원도 고성부터 부산까지 이어지는 해안 도로다. 울진, 경주, 부산까지, 원전은 모두 7번 국도변에 있다. 그리고 네 번째 원전단지인 영광은 인천부터 부산까지 이어지는 서해안 77번 국도 위에 있다, 양양(양수발전소), 밀양(송전탑), 경주, 부산·울산, 울진, 영광, 삼척·영덕(신규 부지), 대전(연구용 원자로, 핵연료공장 등)을 찾고 그곳의 사람들과 만난다.

 

 

사람의 감성과 느낌으로 본 핵발전 르포르타주

 

 

참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김익중 교수의 추천 글처럼, 핵발전을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들과 달리 사람의 눈으로 본, 사람의 감성과 느낌으로 본 핵발전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평이하지 않다. “무관심은 결국 소극적인 긍정일 뿐이다. 전문가, 정부, 언론의 판단과 가치관이 나의 그것과 언제나 일치할 수 없는 일, 우리는 어렵더라도 자기의 가치관으로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본질을 향해 가는 길은 왜 언제나 꼭꼭 숨어 있는 것일까. 원전이 마치 짙은 화장과 향료로 한껏 치장하고 명품을 치렁치렁 두른 사람처럼 느껴졌다등과 같이 당면한 사안의 핵심을 꿰뚫는 안목에 무릎을 치고, 예리한 시인의 감성에 공감하는 문장들이 즐비하다.

 

 

어떤 계기로 관련 책을 섭렵하고, 해당 지역을 탐방하며 만난 주민들과의 이야기를 르포르타주(기록문학) 형식으로 담아낸 이 책을 읽으며, 앞서 소개한 적 있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음악가인 테라오 사호가 기록한 핵발전소 노동자-최근 핵발전소 피폭 노동자들의 현장 증언(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19)이란 책이 떠올랐다. 어느 쪽이든 당면한 현실을 직면하기 위해 책과 더불어 지역과 현장을 찾아가, 그곳의 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 실제를 경험하려 한다.

 

 

현장과 사람이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해왔지만, 우리는 얼마나 핵과 관련된 지역과 현장에 대해 주목해왔고, 또 그 사람들을 만나보았는가를 반추해보게끔 하는 책이다.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

탈핵신문 2021년 5월(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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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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