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2021. 6. 17. 17:25

 

∥ 밀양송전탑 투쟁과 끝나지 않은 폭력 (1)

 

정부 진상조사 추진 경과와 쟁점

 

 

김영희 교수님이 발표하는 내용을 들으니 지금 우리 마을에서 생기는 일과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현재 울진-가평 간 초고압 송전탑 건설이 추진되는 곳 중 봉화군 주민(백두대간 송전선로 반대 봉화군민비상대책위 위원장)이 밀양행정대집행 7년 포럼에 참석해 한 말이다.

 

6월 7일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7년 <끝나지 않은 폭력과 파괴된 마을> 포럼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밀양대책위)

 

611일은 밀양765kV 송전탑 반대 투쟁 과정에 행정대집행이 있은 지 7년 되는 날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밀양대책위)는 행정대집행 7년을 맞아 끝나지 않은 폭력과 파괴된 마을이라는 주제로 67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포럼을 열었다.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에 전국의 시민들이 연대하고 함께 싸웠으나, 밀양대책위는 아직도 싸우고 있고, 연대했던 사람들은 밀양의 현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탈핵신문은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7년 포럼의 주요 내용을 2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또 다른 곳에서 자행하는 공동체파괴의 실상과 과제를 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 아래의 글은 정수희 밀양대책위 집행위원이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정부조사단 추진 배경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613, 밀양 주민들은 버스 2대를 타고 서울로 상경해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밀양 주민들이 직접 작성한 27통의 편지를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 전달하고, 4대 요구안을 국민인수위에 제출했다. 당시 밀양대책위가 제출한 4대 요구는 밀양송전탑의 타당성과 경찰의 폭력, 한전의 마을공동체 분열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 주민들의 재산과 건강 피해에 대한 실사 에너지 민주화를 위한 에너지 3대 악법의 폐지 및 개정 고리 지역의 노후핵발전소를 폐쇄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를 시작으로 특히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함으로써 밀양송전선로를 철거하라는 것이었다.

 

<4대 요구안>에도 나타나 있듯이 밀양송전탑 건설 당시 경찰과 한전이 자행한 폭력과 마을공동체 파괴는 지금도 밀양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현안이며, 이들의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 그리고 사과는 주민들의 핵심 바램 중 하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에너지전환의 주요 현안인 송전탑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책위는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이하 전송넷)와 함께 마을공동체 파괴 대안 마련 등의 제안이 담긴 <10대 정책 제안서>를 국민인수위원회에 다시 제출(2017.7.12.)했다. <10대 정책 제안서>에는 전원개발촉진법 폐지 및 개정과 송변전시설 건설 절차 개선, 지역 간 불평등 해소, 송변전 시설 주변 주민들의 건강재산 피해 및 마을공동체 파괴에 대한 대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약 두 달이 지나 산업통상자원부의 답변이 왔는데, 산업부 답변은 한전의 기존 주장을 판박이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산업부는 대다수 주민이 합의한 상태라는 등의 모욕적이면서 사실에 맞지 않는 주장까지 펼쳤다. 그러던 와중 밀양대책위는 산업부가 회신한 답변공문 모두가 한전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산업부가 발송한 모든 공문 하단에 박준완이라는 이름이 표기된 것을 발견했는데, 박준완은 산업부로 파견된 한전 직원이다. 그는 20177~9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전송넷-산업부 면담에 참여했다가 전송넷 측의 추궁으로 신분이 확인되었다.

 

 

2018<정부조사단> 1차 추진과 파행

 

201712,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이 밀양대책위에 만남을 제안하면서 정부조사단이 처음으로 추진됐다. 당시 한전이 고정마을 합의를 추진하고 있어서 산업부와 밀양대책위의 직접적인 만남이 바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의 중재 등으로 정부조사단구성이 합의되고, 밀양 주민들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정부조사단이 접수받아 공동체파괴와 재산 및 건강권 피해를 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부 장관이 밀양을 방문해 밀양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정보조사단 활동을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8510, 장관 방문을 하루 앞두고 산업부가 정부조사단 위원구성에 관한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위원회의 구성과 조사 내용은 정부조사단 협의의 핵심적인 사안이다. 대책위는 많은 것을 양보하면서 밀양주민들이 인정하는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던 중 산업부가 이를 수용함으로 정부조사단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산업부는 추천된 위원들을 구두로만 승인만 했을 뿐 장관의 결재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리고 장관 방문 하루 전날, 산업부는 장관의 밀양방문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린 후 기존에 합의된 위원 외에 산업부가 추천한 위원이 추가로 선임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입장을 밀양대책위에 통보했다. 결국, 주민들의 분노와 항의로 산업부 장관의 밀양방문 일정은 한밤중에 취소가 됐고, 정부 진상조사단 추진 역시 결렬됐다.

 

 

20191,

<정부조사단> 2차 추진과 공익감사

 

20191, 산업부의 제안으로 정부조사단 2차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2차 논의는 첫 만남 이후 더 이상의 진척 없이 바로 결렬되었다. 산업부는 정부조사단의 공식 명칭을 제도개선위원회로 제안하고,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제안했다. 1차 추진안보다 훨씬 더 후퇴한 안이었다. 또 정부는 제도개선을 건강권 분야와 재산권 분야, 제도개선 분야로 나누어 추진하자고 제안했는데, 밀양대책위는 1차 추진에서의 공동체파괴 진상조사가 제도개선 분야로 바뀐 것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산업부는 조사 권한이 없다고 했다.

 

한편, 정부조사단 1차 논의가 진행되던 무렵인 20183월 밀양주민과 전국의 연대자 1577명은 한전 등의 위법 또는 부당행위에 따른 공익 손상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진행했다. 마을공동체 파괴 등 7개 분야 22개 항목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고, 같은 해 8월에는 3건을 더 추가해 감사를 청구했으나 감사원은 20193불법으로 보기 어렵다’, ‘감사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 대부분을 기각하고, 3건에 대해서만 감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3건마저도 주의 조치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청의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와 <정부조사단> 3차 추진

 

20196,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경찰청조사위)가 인권침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밀양송전탑 <정부조사단> 추진이 다시 시작됐다. 경찰청조사위는 20176월 문재인 정부의 인권 경찰기조에 맞춰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의 제1호 권고를 바탕으로 출범한 조사위원회다. 20178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조사위는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을 비롯해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용산 화재 참사 등 경찰의 인권침해가 주요하게 문제 된 8개의 사건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20196월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청은 조사위 결정문에서 밀양송전탑 건설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대정부 권고안을 담았다. 경찰청은 대정부 권고 내용에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기준(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을 국내적으로 실행할 절차적 방안을 강구하고, 인근 주민들의 재산적 피해와 정신적신체적 건강 피해에 관하여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른 치유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12차 때와 다르게 청도까지 포함한 <정부조사단> 추진은 급물살을 탈 것 같았다. 그러나 산업부와 정부조사단 추진을 위해 1차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경찰청장의 사과가 있고도 1년이 더 지나서였는데 담당자도 바뀐 상태였다.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20208월에서야 겨우 산업부와의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산업부는 정부조사단의 명칭을 <송전선로 제도개선위원회>로 할 것을 제안했다. 건강권과 환경권, 재산권, 갈등 해결 3개 분야 조사를 통해 송전선로 건설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산업부 제안은 과거 12차 정부조사단 추진과정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내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공동체파괴행위를 사업 주체와 주민 간에 발생한 단순한 갈등으로 치부하고 이를 줄일 방안에 초점을 맞춰 갈등 해결분야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국내 국책사업과 해외 송전탑 건설과정의 갈등조정 정책과 제도를 연구해 이를 송전탑 건설과정에도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산업부는 한전 예산을 사용하고, 한전이 직접 위원회의 간사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3차까지 회의가 진행됐으나 공동 파괴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입장을 좁힐 수 없었다. 결국, 밀양대책위는 산업부와의 세 번째 회의가 끝난 후 주민 전체회의(2021.3.31.)를 거쳐 더 이상의 논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이로써 <정부조사단> 3차 추진이 무산됐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6월(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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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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