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21. 8. 20. 09:14

부산 음악인들이 펼치는 사회적 예술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여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후, 일본과 한국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게 고민이었다. 이런 생각에 화답한 부산지역 예술인들이 있다. ‘무엇이라도 해봐야 할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 음악 창작인들과 예술인 지원조직들이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을 기획했고,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텀블벅을 연 것이다.

 

<정화>의 앨범 표지에는 돈을 위해 오염수를 쏟아붓는 이미지가 표현되어 있다.

 

마침내 사업이 종료되어 지난 7월 말에 음원이 공개되었다. 일곱 개의 곡이 30분 분량으로 담긴 앨범 제목은 정화(淨化)’. 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한다는 것, 그리고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외부에 표출하여 정신적 안정을 찾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아마도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굳이 정화수라고 부르는 것을 풍자한 의미도 있어 보인다.

 

이들은 스스로의 활동을 사회적 예술이라 부르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자 하는 행동임을 분명히 한다. 음악인의 목소리가 만드는 작은 틈이 더 큰 균열을 일으키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다. 또한, 오염수 문제뿐 아니라 지난 전쟁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지금도 책임을 외면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간다.

 

앨범에 참여한 인디뮤지션들은 이전부터 부산에서 다양한 창작과 참여 활동을 해 온 개인과 그룹들이다. 첫 트랙에 실린 <Sea Cloud>스카웨이커스에도 참여한 트롬본 주자 J Bone(제이 본)의 연주곡이다. 두 번째 트랙 아이씨밴드의 <방사능(죽지 않아)>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위험한 방사능 물질을 직설적으로 노래한다.

 

KUNA(쿠나)의 <no pour>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메시지 속에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해온 인류의 잘못과 자본의 논리를 비판한다. nacca(나까)<빛의 물보라(しぶき)>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아직도 귀환하지 못하는 일본 시민들을 생각하며 바다를 넘은 연대의 시작을 빈다.

 

퓨전 국악그룹 루츠리딤의 <귀국선>1945년 해방 직후 강제징용 끝에 귀국하던 중 침몰한 한국 노동자들의 원혼을 위로한다. Seokhyeon(석현)<짓다>는 두꺼비의 새집처럼 우리 모두의 새로운 집을 짓자는 바램을, 이내의 <까만 바다>는 한 자유로운 어부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선택이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음반 기획은 부산지역 인디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이 담당했고, 2021년 부산음악창작소 컴필레이션 앨범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했다. 텀블벅 후원 목표는 3백만 원의 프로젝트 선물 제작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산정했고, 64일에 시작해 74일에 73명의 참여 속에 마감되었다. 참여자들에게는 지역예술인들의 발품팔이와 가내 수공업, 품앗이로 제작된 소정의 선물들이 전달된다. 실린 노래들은 유튜브와 음원 플랫폼을 통해 찾아 들을 수 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8월(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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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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