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2021. 9. 18. 14:08

 

 칼럼

 

탈성장이 필요하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지난 5월 말 정부가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8월 초에 3개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비판이 쏟아졌다. 당장 탄소중립이 이루어지지 않는 안이 2개나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위는 비판에 대해, 나머지는 해외에서 조림 사업 등으로 배출권을 확보하여 채우겠다는 제국주의 발상으로 대응했다. 탄소중립 목표를 맞춘 세 번째 안이라고 괜찮은가. 세 가지 안 모두에 탄소포집이용저장(CCUS)과 같은 기술을 대거 동원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거하겠다는 불확실한 도박을 걸고 있다. 탄소중립위는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체제전환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요구는 외면하고, 기존에 하던 대로의 방식은 그대로 유지강화하였다.

 

좀 더 들여다보자. 2050년 미래를 보여주는 시나리오들은 발전원의 믹스를 담고 있다. 우리는 그때에도 여전히 핵발전소를 폐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2080년이 넘어서야 완성되는 정부 탈핵 로드맵을 고집스럽게 담아낸 꼴이다. 이는 막 통과시킨 탄소성장기본법에 핵에너지를 줄여야 한다는 정의당의 제안을 거부한 국회의 행위와 짝을 이룬다. 여기에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의 시작도 하지 않은탈핵 정책 때리기와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형원자로(SMR) 띄우기가 얽혀서, 탄소중립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세상은 여전히 핵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논리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지금과 같은 고()에너지 경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의 결과다. 탄소중립위는 2050년 에너지 수요량은 2018년 대비 겨우 0.3~2.9%를 감소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전력화 전략으로 현재보다 2배 이상의 전력을 소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찬핵동맹을 느긋하게 웃게 만드는 전망이다. 그 에너지와 전력 소비량을 화석연료 없이 충족하려면, 핵에너지를 발전원 믹스 안에 손쉽게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탄소포집이용저장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과 해외 조림과 같은 제국주의적 발상도 불가피한 것으로 정당화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막개발식 재생에너지 사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IPCC 6차 보고서 일부가 공개되었다. 가장 적극적인 시나리오도 지구인들은 2040년 이전에 1.5도 기온 상승을 목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정녕 피할 방법이 없을까.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IPCC의 모든 시나리오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전제하고 있다. 한국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경제 성장 집착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자세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탈성장 시나리오를 개발해야 한다는 비판과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탈성장을 추구해야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탈핵을 실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탈성장은 모든 이들이 공포에 떠는 경기 침체가 아니며 다른 삶의 방식을 찾는 길이다. 이윤 증대를 위해 무제한으로 채굴과 생산과 소비와 폐기의 경제 활동을 추구하는 대신, 꼭 필요한 생산과 돌봄과 순환의 원칙으로 삶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속에서 핵에너지의 존재 근거는 사라진다. 탈핵은 탈성장이다.

 

탈핵신문 2021년 9월(92호)

 

 

 

탈핵신문은 독자의 구독료와 후원금으로 운영합니다.

탈핵신문 구독과 후원 신청 https://nonukesnews.kr/1409

Posted by 석록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