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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월성핵발전소 수명연장 가능할까

탈핵신문
  • 입력 2024.01.18 11:25
  • 수정 2024.01.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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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수명연장 심사에서 제외하려는 꼼수 의심”

2020년 여름, 경주환경운동연합에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문건이 투서 되었다. 바로 한수원이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2020.06. 23)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국장은 그 문건을 전문가들과 분석해 202012월 탈핵신문에 처음 보도했다. 이후 이 문제를 꾸준히 알렸고, 결국 이 문제는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누군가가 경주환경운동연합에 중요한 한수원 내부 자료를 제보한 것은 그만큼 경주환경운동연합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일 것이다. 신뢰의 중심에 있는 탈핵 활동가, 경주환경운동연합의 이상홍 국장을 13일 경주의 한 카페에서 만나 현안과 탈핵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월성핵발전소에 불량 앵커볼트 대량 시공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캐나다 규제기관에서 불량 앵커 사용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던데?

 

사실과 다른 발표다. 작업 현장에서 설계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은 경우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프로토콜을 캐나다 규제기관이 서한으로 전달한 것이지 불량 앵커 사용을 허가한 것이 아니다. 앵커볼트매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철근을 우회하여 시공해야 하는데 철근을 우회하지 않은 채 앵커볼트를 매설하여 콘크리트 위로 노출된 부위가 도면보다 길어졌다. 그 부분을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단면에 부식방지를 위해 마감처리를 현장에서 했다. 앵커볼트의 끝부분 마감처리가 다른 것을 수상하게 여긴 한국원자력기술원의 이희택 박사가 비파괴검사를 실시했고, 부실시공임을 밝혀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핵발전소 공사 기간이 짧다. 도면대로 철근을 우회하여 시공하려면 그런 공사 속도는 나올 수가 없다. 법과규제가 있더라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문화가 만연해서 생긴 문제라고 본다.

 

경주지진에 이은 일본 지진으로 불안감이 높다. 비 내진 앵커볼트 시공 대응 방안은?

 

() 내진 앵커볼트를 사용한 것, 도면보다 짧게 시공한 것이 규제 위반이란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든 원안위든 국민에게 사과할 부분은 사과해야 하고, 앵커볼트를 이렇게 시공한 것이 핵발전소 전체 안전기준을 만족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 사업자인 한수원이나 규제기관인 원안위에 맡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제3의 전문 검증기관에서 실시해야 한다.

 

오염수 해양투기로 국민적 우려가 큰데, 실존하는 오염수 피해자인 월성 주민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에 변화가 있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월성원전 인접지역 주민 이주대책위원회의 천막을 철거하라는 서명이 돌고 있다. 동네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다. 그러나 단순히 마을 이미지나 상권 영향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월성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준비작업으로 생각된다. 월성 1호기수명연장 심사 때를 복기해보면, 당시에도 이주대책위가 활동하고 있었는데 한수원에서는 이주대책위의 존재가 눈엣가시였을 듯하다. 현재 오염수 논의가 핵발전 반대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경향도 있다.

 

월성 지역주민들의 염색체가 깨지고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나왔다. 지역의 정치권이나 행정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지역 정치인들은 관심이 없다. 핵발전소 피해 주민을 일부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성향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현재 여당이 그동안 국가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던 핵발전을 아쉽게도 앞으로는 줄여야 한다라고 입장을 낸다면 지역주민 대다수가 그 입장에 동의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경주지역은 현재 여당에 우호적인 정서가 존재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도 탈핵을 선언하는 것에서 그쳤다는 면에서 민주당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경주지역 행정은 한수원의 편의를 봐주는 데 관심이 많다. 경주시 원자력정책과가 한수원의 민원창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지방정부가 공기업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이 오히려 견제와 감시해야 하는데도, 공기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어 지역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월성 방사성물질 누출 최종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어떻게 보는가?

 

원안위 같은 규제기관은 큰 틀에서 구조물 전체의 안전성을 봐야 하는데 특정지점의 누수, 맨눈으로 드러나는 것만 보수하고 누수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다. 월성 1호기 외에 2·3·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에폭시도 다 깨져있었다. 현장에서 확인했을 때 2호기가 1호기보다 심했다. 우습게도 최종 조사 보고서에는 에폭시가 다층 구조에 유리섬유도 들어있다며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를 자세히 설명해 놨는데, 다층 구조라는 건 여러 번 에폭시를 덧바른 것으로 결국에는 한 장이다. 5층 구조는 다섯 번 덧바른 것으로 두께가 1.1mm밖에 되지 않는데 현장에서 깨진 에폭시의 두께는 충분히 1mm가 넘었다. 그렇게 우수한 성능에도 모두 깨져버린 것이다. 저장 수조 에폭시는 점검하지 않은 것인가? 보수 이력을 살펴보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윗부분만 보수했다. 처음에는 벽체만 보수를 했다고 이야기했는데, 바닥 부분은 보수만 안 한 것이 아니라 검사도 안 했다. 바닥 면의 보수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2·3·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 대한 조사는 한수원 자체 조사인데, 기한을 2026년으로 넉넉하게 잡았다. 수명연장 심사에서 현재 조사 중인 시설로 분류하여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1호기는 1997년에도 누설이 있어 지하 9미터 지점까지 굴착 했던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보수했던 균열 부위는 더 커지기도 했고, 새로운 균열도 보였다. 1997년은 1호기가 지어진 지 20여 년밖에 되지 않았던 시점임을 고려하면 현재 2·3·4호기의 에폭시를 둘러싼 콘크리트에도 일부 균열이 있을 것이라 충분히 추정할 수있다. 굴착이 힘들다면 수조 안쪽이라도 제대로 방수 처리를 해야 한다.

 

경주에 핵시설이 밀집해 있는데 활동이 힘들지 않은지? 어떻게 탈핵 활동가가 되었나?

 

경주로 대학을 진학하게 되면서 경주랑 인연이 시작되었다. 방폐장이 최대현안이던 2010년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이었던 김익중 교수가 방폐장 문제를 맡을 활동가를 찾고 있었고, 이분과 함께 일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함께하게 되었다. 이후 방폐장 전담 활동가가 되었는데 바로 그다음 해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한 달 후에 한·일 시민조사단으로 후쿠시마를 방문하게 되었고, 다녀오게 되면서 탈핵 활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활동하는데 환경적인 조건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물론 핵시설이 밀집되어있으니 생태 활동보다는 탈핵 활동이 주가 되었던 것 같다. 시민들의 지지가 많다면 활동가로서 더욱 힘이 났겠지만 그런 지지를 끌어내는 것도 활동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2016년 경주지진 때는 경주 시민들이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꼈고 안전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월성 1호기도 폐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핵이 기후위기 대안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핵발전 역사 60여 년 동안 그렇게 투자를 많이 했는데 핵발전은 인류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면 답이 금방 나온다.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앞으로 시장환경은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미 2021년에 전 세계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 용량이 이미 핵발전을 따라잡았다. 안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흐름에 따라 핵발전은 비용도 증가했다. 핵발전 기업인 도시바도 얼마 전 파산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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