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산책탈핵신문 2024년 4월(120호)
2014년 6월 11일 밀양에서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이 자행되었다. 2024년, 올해는 그 일이 벌어진 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탈핵운동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가 간혹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그리고 송전선로의 문제를 함께 다루며 지역이 당하는 차별과 혐오, 배제와 비민주성을 지적한다면 이 이야기의 시작이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탈핵 담론은 밀양 송전탑 투쟁을 통해
탈핵의 벗 독일 ‘지구의 벗’ 분트(BUND) 리차드 메르그너(바이에른 지부 회장) 씨는 후쿠시마 핵사고 13주기를 맞아 서울에서 열린 ‘에너지 전환 대회’ 연대 발언에서 “핵발전은 생명을 위협한다”라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핵사고는 핵발전이 통제할 수 없는 고위험 기술이라는 교훈을 주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이는 “우리는 작년에 마지막 핵발전소 3기를 폐쇄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라며 탈핵은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강
구독자가 240만 명이나 되는 유튜브 인기 채널 ‘디바제시카’에 7년 전 올라온 콘텐츠 ‘영원한 봉인지역 온칼로’는 조회수 116만 회를 기록했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와 핀란드에 지어지고 있는 영구처분장 이야기를 미스테리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가는 영상이었다. 아프리카 TV 영어교육 방송 BJ 출신의 유튜버 디바제시카가 나름대로 성실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핵발전과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 시청자들, 특히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객관적인 사실을 쉬우면서도 꼼꼼하게 설명하는 콘텐츠였다. 그러다 보니, 이 콘텐츠에
미래 세대의 절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70킬로미터 떨어진 도호쿠 지방 앞바다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후쿠시마핵발전소와 오나가와 핵발전소를 집어삼켰습니다. 핵발전소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라는 안전 신화는 무너졌습니다.13년이 지난 2024년 새해, 일본 노토반도의 대지진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해안가는 쓰나미가 몰려왔습니다. 이 쓰나미는 한국의 동해안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지진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 일본의 핵발전소들에 대해 ‘안전하다’라는 말
그림: 산책탈핵신문 2024년 3월(119호)
과학은 유용한 도구와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지만 그것이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위험이 되고 공포가 된다. 인공지능이 21세기의 무기이자 두려움이라면, 20세기의 무기이자 두려움은 바로 핵, 구체적으로는 핵분열 에너지였다. 그런데 그 20세기적 두려움은 종결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21세기에 일어났다. 지금도 여전히 몇몇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이 핵무기 사용과 핵전쟁 운운하는 위협적 언사를 늘어놓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20세기 과학이 낳은 무기이자 두려움을 직시하는 콘텐츠들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
총선을 앞두고 기후정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늘었다. 누구나 기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대응 방법은 천지 차이다. 전환 경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기후위기의 원인을 따지는 것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역사 문제로 바꿔 말하자면, “기후가 역사에 남긴 영향이 아닌 역사가 기후 속에 남긴 영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한 역사적 배경을 굳이 추적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화석연료의 장점은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될 정도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값싸고 풍부한 석탄이 산업혁명을 추동하고 자본주의의
아름다운 고향을 지키는 일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지방에서 최대 진도 7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일본 최대 핵발전소 밀집 직역인 후쿠이현에서도 진도 4의 지진이 관측됐습니다. 간사이전력은 현재 가동 중인 오오이핵발전소 3·4호기와 다카하마핵발전소 1·2·3호기는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후쿠이현 오바마시에는 천 년이 넘은 묘츠지라는 고찰이 있습니다. 고찰의 주지인 나카지마 테츠엔 스님은 오바마시에서 탈핵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핵심적인 종교인입니다. 스님은 핵발전소 15기가 밀집된 와카사만을 ‘원전 긴자’라고 부른다고 말합
그림: 산책탈핵신문 2024년 1월(118호)
법원은 사회의 많은 문제에 있어서 법률에 근거해 최종의 판단을 제공하는 곳이다. 서로 주장과 반박을 통해 옳고 그름을 따져 묻는 검사와 변호사같이 법률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한 가지 문제를 깊이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판사가 종합적인 판단을 법률에 근거해 하게 된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사법적 판단에 대해 신뢰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무수히 많았던 핵발전소에 대한 판결을 보며 그간 많은 이들이 법원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곤 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두 곳의 핵발전소를 멈춰 세운 판결을 한 히구치
2015년 8월, 켈시 줄리아나를 비롯한 11세~22세의 미국 청소년 21명이 미국 연방정부를 고소했다. 기후위기 상황을 알면서도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지원해옴으로써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후시스템’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이 소송은 ‘줄리아나 대 미국 사건’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기후소송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크리스티 쿠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원제 Youth vs Gov, 2020년 작품)는 세계 제1의 탄소 배출 국가인 미국에
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양가적인 면이 있다. ‘핵무기’에 대해서는 공포와 ‘힘에 대한 동경’이라는 모순된 반응이 공존하고, 핵발전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효율적이며 깨끗한 에너지라는 이미지와 핵발전소 사고 이미지들이 모순적으로 공존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각과 인식은 상당 부분 문화적인 경험으로부터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핵발전에 대한 막연한 호감의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어린 시절의 문화적 경험에 가닿게 된다. 현재 중장년층 나이의 한국인들이 ‘원자력’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텔레비전 만화 을 통해서였을
그림: 산책탈핵신문 2023년 12월(117호)
다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계절이 찾아왔다. 윤석열 정부가 앞장서서 시대 역행적인 무탄소 연합을 추진하고 있는 탓인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을 세 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두 배 가량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서약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럴듯한 선언과 초라한 결과를 반복해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결정적인 문턱은 선언과 계획 너머의 기후 정치다.『기후 리바이어던』은 기후위기가 추동하는 정치·경제적 변화를 추적하며 기후 정치, 특히 주권의 문제를 파고든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녹색 자
오나가와 핵발전소 재가동을 반대하며 오나가와의 기초의회 아베 미키코(71세) 의원은 일생을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펼쳤던 활동가이자 사진가입니다. 그이의 선친은 어부였습니다. 선친 소우에츠 씨는 오나가와 기초의회가 주민들과 합의 없이 핵발전소 유치를 결의했을 때, 오나가와 어민조합과 결합해서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던 핵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의 핵심적 지도자였습니다. 당시 23세였던 아베 미키코 의원은 오나가와 핵발전소 건설 반대 투쟁을 사진으로 기록했습니다. 오나가와 핵발전소는 모두 3기가 있습니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 지
갑상선암 공동소송 핵발전소가 있는 곳에서 살았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평화롭게 살고 있던 마을에 느닷없이 핵발전소가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핵발전소가 상업 발전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은 몸이 아팠습니다. 갑상선암 등 여러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대기와 바다로 방출되는 숱한 핵종들에 의해 피폭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무법인 은 공동소송을 맡았습니다. 어렵고 힘든 소송의 승소를 위해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적 물적 자원들이 투입됐습니다. 저선량 피폭과 건강 영향에 대해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
영화 를 보면 4인의 성직자가 삼보일배를 하며 새만금에서 서울을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 걸음 걷고 한번 길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새만금의 생명들을 위한 기도를 하는 성직자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지쳐서 길바닥에 쓰러져서 울기도 하고, 오랜 삼보일배로 인해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휠체어에서 타인에 손에 이끌려 끝까지 순례를 이어갔다. 새만금 방조제는 건설되었으나 수많은 뭇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걷는다는 삼보일배는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들의 걸음에 동참했고, 그들의 걸음을
그림: 산책탈핵신문 2023년 11월(116호)
부산반핵영화제가 11월 24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이 영화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핵’이라는 맥락 속에서 영화 작품들을 만나는 특별한 행사다. 횟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시작되었지만, 히로시마 핵폭탄 피폭자 2세로서 원폭 피해자 인권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고(故) 김형률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핵무기와 핵발전을 반대하는 반핵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영화제는 영화를 보고 영화인들을 만나는 행사이지만, 어떤 영화제들은 특정한 사회문화적 의미망을 형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