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총통 선거 이후에도 순탄치 않은 ‘핵 없는 대만’의 앞날

탈핵신문
  • 입력 2024.03.05 09: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13일 실시된 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낙승하면서 대만의 탈핵은 순탄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선거 이후 대만의 정치적 반대 진영과 핵산업계는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신임 라이칭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에너지 전환의 과제도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향후 대만의 탈핵 경로에는 일정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만의 반핵 환경단체들이 1월 25일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입법 움직임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녹색공민행동연맹)
대만의 반핵 환경단체들이 1월 25일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입법 움직임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녹색공민행동연맹)

 

민진당의 노선에 따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6년 취임 직후부터 탈핵에 집중해왔고, 라이칭더 당선인은 2020년부터 부총통을 맡아 국정을 담당해온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당선은 탈핵 대만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 라이칭더는 선거 시기에 대만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현재 20%에서 30% 수준으로 높이고 제4 핵발전소도 가동 없이 폐쇄하여 핵 없는 조국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당 등 야당들은 민진당을 비판하며 핵발전 연장 또는 확대를 요구했으나, 이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립 변수가 크게 작용한 선거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같이 실시된 입법 의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52석을 얻어 1당이 되었고 민진당은 61석에서 51석으로 의석이 줄어들면서 2당으로 밀려났다. 민중당은 8석으로 3당이 되고 국민당의 한궈위 의원이 새 입법원장이 되면서 국정에서 민진당이 주도권을 쥘 수 없게 되었다.

이는 야당들의 탈핵 정책 흔들기가 어느 정도 가능해진 구도다. 총통 선거 이전과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차이잉원 정부에서 탈핵이 세 차례 대정전을 가져왔다거나 탄소 감축에 역행한다는 반대 세력의 비판이 심심찮게 터져 나왔었다. 반대파들은 대만의 단계적 탈핵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대만의 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만은 2022년에 에너지의 97%를 수입했고, 석탄과 핵에너지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려는 민진당 정부의 전략은 군사적 봉쇄에 따라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파들은 대만에는 LNG 터미널이 거의 없으며 가스 비축량은 11일 동안만 유지가 가능하지만, 핵발전소는 핵연료 재장전 없이 최대 18개월 동안 지속해서 운영될 수 있다고 선전한다. 또한 대만의 첨단 제조업체에는 저렴한 핵발전 전기가 계속 필요하고 탈탄소화에도 핵발전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라이칭더의 재생에너지 목표 실현이 쉬운 것은 아니다. 20223월에 대만 국가개발위원회는 2050년까지 태양광 40~80GW, 해상풍력 40~55GW의 구축을 중심으로 넷 제로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상풍력은 환경 문제나 중국과의 해양 경계 문제가 있고 태양광은 농업 또는 어업 분야의 토지 자원과 겹치며,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 수단도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2025년까지 대만 전력 믹스에서 가스화력 발전 50%를 달성하려면 가스 화력 발전소와 LNG 터미널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

 

야당, 탈핵 저지하려는 움직임

 

의회에서 다수가 된 야당은 실제로 탈핵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124, 국민당 위원들은 대만 북부 신베이시 스먼과 완리에 있는 폐쇄 상태의 제 1·2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신청 기한 폐지를 촉구하고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원자로 시설규제법에 따르면 대만의 핵발전소는 가동 40년 후 주무관청이 정한 기간 내에 운영 허가를 다시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대만전력은 허가 갱신을 추진하지 않고 해체에 들어갔다. 국민당의 구상은 관련 법률 규정을 바꾸어 노후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는 길을 트겠다는 것이다.

녹색공민행동연맹(GCAA) 등 대만의 반핵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국가핵폐기행동 플랫폼125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를 비판했다. 국민당이 제안하는 개정안은 핵발전 가동 연장 신청 기간만 변경할 수 있을 뿐이며, 대만의 화산과 활성단층의 지진 위협, 핵폐기물 처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만의 에너지 전환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대만의 산업계 다수가 핵발전 유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대만의 유력한 반도체 기업인 TSMC2040년까지 RE100 달성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데, 대만 정부가 계획하는 해상풍력이 차질 없이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핵발전 관련 정책은 다른 어느 핵발전 국가보다 정치적 풍향계에 좌우되어왔다. 한 편으로는 그런 장면이 이어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크고 작은 굴곡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0255월 대만의 마지막 핵발전소의 전원 스위치가 그대로 내려지게 될지, 재생에너지 정책과 시장의 변화가 여기에 어떻게 작용하고 대만의 탈핵 운동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박대련 통신원

탈핵신문 20243(119)

 
저작권자 © 탈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