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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다하는 날까지 탈핵 운동 하고 싶다”

탈핵신문
  • 입력 2024.03.07 07:40
  • 수정 2024.03.0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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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병철 수사(핵없는세상 광주전남행동 대표)

 

광주지역 탈핵신문 읽기 모임은 성 요한 병원의 작은 회의실에서 진행한다. 읽기 모임에 함께하는 정병철 수사의 협조다. 그는 매월 탈핵신문 20부를 구독하여 수도회에 소속된 사업장에 나누어주기도 한다. 탈핵에 대한 열정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탈핵 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수도자로서의 탈핵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222일 광주 성요한병원 1층의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는 어떤 곳이고, 수도회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는가

정병철 수사(핵없는세상 광주전남행동 대표)
정병철 수사(핵없는세상 광주전남행동 대표)

정식명칭은 천주의 성 요한 의료봉사수도회19581119일에 아일랜드 수사 5명이 한국으로 들어와 설립했다. 당시는 한국전쟁이 휴전을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의료가 가장 시급했다. 단층 짜리 공장건물을 개조하여 소아과 내과 진료를 시작했고 70년대에 들어서는 정신과와 호스피스를 특화했다. 현재는 광주노인복지관 등 전국 17개 사업장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하고 있다.

수도회의 기본 철학은 호스피탤리티(Hospitality), 한국어로는 환대라고 한다. 환대의 정신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적용하고자 우리병원에서는 조금 다른 명칭을 쓴다. 병원을 생활회관으로,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인은 선생님으로, 환자는 손님으로, 입원실은 안집이라 부른다. 나는 서울에서는 우리 수도회가 운영하는 복지관의 관장을 맡았다. 광주에 내려와서는 수도원 내 기록 보관실을 박물관으로 가꾸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2021년부터 수도회에서 JPIC(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 Justice Peace Integrity of Creation) 담당으로 정의평화위원회와 생태환경 두 분야를 맡아 탈핵 운동을 하고 있다. 박물관 업무보다 탈핵 운동에 더 마음이 쓰인다.

 

한빛 1·2호기 수명연장 대응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한빛핵발전소 1·2호기의 수명연장을 앞두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현재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안에 있는 6개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에게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이하 평가서) 공람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평가서는 주민들이 보기에는 용어도 매우 낮설고 내용이 어렵다. 게다가 정작 평가서에 담겨야 할 내용들은 빠져 있다.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도 누락했고, 한빛핵발전소는 6개의 핵발전소가 모여있어 다수호기 사고 영향평가도 필요한데 한수원은 이번 평가서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지자체들은 엉터리 평가서를 주민들에게 무조건 공람하도록 할 수는 없어 한수원에 평가서의 보완을 요청했다. 그런데 한수원은 보완하지는 않고, 지자체에 행정소송을 걸어 공람을 압박했다. 법적으로 엄연히 보완을 요구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도 한수원이 무리하게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영광군과 부안군은 요청한 평가서 보완이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공람을 시작해버렸다.

지자체는 해당 지역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서둘러 공람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탈핵운동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핵발전소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설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후 김익중 교수의 탈핵 강연을 듣게 되었고, 2015년 성원기 교수가 이끄는 탈핵 순례에 함께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탈핵순례단이 광주지역을 지나 한빛핵발전소가 있는 영광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인을 통해 순례단에 연락을 드렸고 영광까지 순례에 동행하게 되었다. 그때도 사회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핵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순례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순례에서 탈핵 활동가와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핵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후로는 탈핵 순례가 있으면 휴가를 내서 참석했다.

 

정병철 수사(가운데)가 탈핵순례를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은 장면
정병철 수사(가운데)가 탈핵순례를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은 장면

 

한수원이 핵발전을 저탄소 에너지라거나 청정에너지라고 홍보하는 것을 볼 때면 나의 활동이 부족했고, 탈핵 활동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작년 봄부터는 광주에서도 탈핵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매월 넷째 토요일마다 계림동에서 시작해 푸른길 공원을 따라 두 시간 정도 걸으며 시민들을 만난다. ‘핵발전소 반대피켓과 핵발전소 대신 햇빛발전소라 써진 몸자보를 입고 깃발을 들고 걷는다. 혼자 걸을 때도 있지만 보통 10명 내외가 함께한다. 주로 활동가들이 많은데 탈핵활동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도 탈핵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알고 나서는 더 열정적으로 탈핵을 알리고 싶어 한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참석하기도 했는데, 그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 2세였다. 우리나라에도 원폭 피해자가 많이 있고, 2·3세들까지 건강상의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을 보면서 핵 이용의 대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광주전남행동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활동을 하는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로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탈핵 활동이 활발히 일어났는데 초기에는 사안별로 연대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한빛핵발전소의 현안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상시적인 연대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을 구성하게 되었다. 한빛핵발전소의 공극 문제, 제어봉 낙하, 재가동 등의 현안에 대응하는 활동을 했고 현재는 한빛핵발전소 1·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공람 저지에 집중하고 있다.

공람은 수명연장 관련 절차 중 주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법적으로 보장된 절차이기 때문에 이를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수원은 공람을 서둘러 마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수원이 정말로 공람을 완료하고 싶다면 중대사고 상정 등을 제대로 하고, 사고로 인한 영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중대사고를 제대로 평가하면 주민 피폭선량이 높아져서 결국 수명연장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한수원은 수명연장을 위해서라도 중대사고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주교도 이 사안을 중요하게 여겨 주교회의에서 공람 저지를 논의하고 총선 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염수 문제에 관해서는 기존의 탈핵 운동 단위를 넘어 해안가 주민들도 함께하는 연대체가 구성되었다. 탈핵 운동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오염수 투기에 대해서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광주가 민주화 운동의 본산인 만큼 그 정신을 살려 광주시민, 나아가 전남 주민의 인권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핵과 오염수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현재는 오염수 해양투기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연구자들에 따르면 2~3년 후에는 우리 해역이 모두 오염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이기 때문에 이후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오염수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교황이 말한 생태적 회개에 탈핵도 포함된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과 핵폐기물들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지하수와 공기도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물질에 오염되고, 먹거리도 오염되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핵발전도 인간과 생명을 좀먹고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에 생태적 회개의 대상이 된다. 특히 그 영향이 후대에까지 미치기 때문에 생태적 회개를 통해 탈핵에 이르러야 한다. 생태적 회개 운동은 모두가 해야겠지만 특별히 정치지도자와 종교 지도자, 학계에서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매우 중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에 찬미받으소서: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 삶에 관하여라는 생태 회칙을 발표했다. 회칙을 통해 교황은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생태를 파괴하는 사람들에게 성찰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 회칙을 파리협약 이전에 발표했는데 8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서 교황은 작년 가을 다시 한번 찬미하여라라는 생태 회칙을 발표했다. 첫 번째 회칙보다 과학적인 근거가 많이 들어 있고, 무엇보다 어조가 매우 단호하다. 이번 회칙은 교우들에게 생태위기와 기후위기에 대한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광주에서 탈핵 순례를 할 때 마주치는 시민들 가운데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끔은 응원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는데 광주가 민주화 운동의 본고장임을 느낀다. 광주의 분위기와 열정이라면 한빛핵발전소를 폐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탈핵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하는 1인시위를 3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총선을 겨냥한 활동인데, 탈핵과 기후변화의 해결은 총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도 예정되어있다. 건강이 허락되고, 수명이 다하는 때까지 탈핵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

오송이 탈핵신문 사무국장

탈핵신문 2024년 3월(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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