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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의 대안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탈핵입니다

탈핵신문
  • 입력 2024.03.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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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후쿠시마 핵 사고 13주기를 맞아

 

기후 위기의 대안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탈핵입니다

 

수많은 인명 피해와 엄청난 참사를 남긴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폭발한 후쿠시마 핵 발전소의 격납 용기 안에 녹아내린 핵물질은 여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인근 지역에서는 아직도 고농도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바뀐 것이 있다면, 2023년 8월부터 전 세계의 우려와 상관없이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기술로 핵 발전의 모든 계통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결코 그런 단언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인류가 여러 차례의 비극적인 경험을 통하여 깨달은 사실입니다.

일본 정부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 핵 발전을 우선하여, 멈추어 섰던 핵 발전소들을 재가동하고, 설계 수명을 연장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제10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2035년까지 고리 2, 3, 4호기, 한빛 1, 2, 3호기, 월성 2, 3, 4호기, 한울 1,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핵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불안은 고조되고, 사용 후 핵연료 증가에 따른 폐기 시설 건립은 진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신규 핵 발전소 건설까지 계획되고 있는데, 현 정부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안에 확정될 제11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는 3-6기의 핵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태양광, 풍력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독일은 2023년 마지막 남은 핵 발전소를 폐쇄하여 완전한 ‘탈핵’에 이르렀고, 대만도 2025년까지 모든 핵 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탈핵’을 향하여 가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핵 발전을 확대하는 정책을 선택하였습니다.

현 정부의 핵 산업 진흥 정책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 현재 국회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이 계류 중에 있지만, 이 법의 제정과 관련하여 핵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은 핵 발전소 인근 지역을 사실상 ‘핵폐기장’으로 만드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후 핵 발전소의 수명 연장으로 더 빨리 직면하게 될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핵 발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정책에서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뿐입니다.

2023년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국(UAE)에서 열린 유엔 기후 변화 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117개국은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설비를 3배로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리자.’는 제안에 동참하였습니다.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재생 에너지 비중이 가장 낮은 수준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을 시급히 바꾸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Laudate Deum)를 통하여 COP28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구속력 있는 대안이 합의되어야 한다고 촉구하셨습니다(59항 참조).

핵 발전소는 사고가 나면 소련 체르노빌 핵 발전소와 일본 후쿠시마 핵 발전소처럼 해당 국가뿐만 아니라 하늘과 바다를 통해서 전 세계적인 피해를 공동의 집 지구에 끼칩니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사용 후 핵연료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관리하여야 하는데, 이는 결코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핵 발전소 확대 정책은 국내 산업계의 ‘RE100’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유럽 연합의 ‘탄소 국경 조정세’ 법안이 2026년에 시행되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업종도 있는 만큼 국가 경제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세계적인 흐름처럼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의 사람 모세와 함께 고통스러웠던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탈출하였지만,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은 뒤쫓는 이집트 군대와 앞에 놓인 홍해였습니다. 낙담하며 과거의 노예 생활을 돌아보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앞으로 나아가라’고 명령하십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잘못된 과거를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친환경 재생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 중립 사회로의 진입과 탈핵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입니다.

2024년 3월 1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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